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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Sep 10. 2019

돋보이는 세련됨

나는 또 서울행 열차를 탄다. 이런저런 일로 꽤 자주 서울을 들락거리며  많은 돈을 그야말로 길에 뿌리고 있다. 차비가 만만치 않으니 말이다.  어쨌든


깜짝 놀랐다. 그동안 꽤  많이 정말 많이 열차를 타고 다녔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나도 모르게 "아, 감사합니다!" 소리가 크게 나오며 함지박만 한 미소를 보내드린다. 하하  무슨 일이냐

.

이른 아침 중요 미팅에 참석차  (하하 이러니 무슨 중요 커리어우먼 이야기 같지만 푸하하하 나같은 전업주부에게도  비록 돈은 안되지만 중요 미팅이라는 게 있다. ) 새벽 열차를 타러 일찌감치 역에 도착한 나. 이른 시간임에도 대합실엔 이미 사람이 가득이다. 수서역으로 가는 이 열차엔 유난히 삼성병원으로 가는 분들이 많이 탄다. 그래서인지 평일에도 특히 이른 시간 열차는 거의   항상 진작에 매진되고 만다.


대합실 커다란 TV 앞에  앉아  출발 시간 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체격이 매우 큰 건장한 남자가 눈에 뜨인다. 왜냐하면 모두들 앉아있는데 서 있었고 머리를 빡빡 밀었고 그리고 곁의 여자가 얼굴에 묻은 무언가를 떨구어주는데 그 모습이 무언가 흐뭇함을 주었기 때문이다. 부부라면 참 아름다운 모습인데 문득 여자가 젊은 듯도 싶고  머리를 미셨으니 혹시 아픈 분이고 간병인? 잠깐이지만 그렇게 많은 생각을 오가게 한 남자였다.  바로 그 남자였다. 도착하는 열차 사진 찍느라 내 옆에 누가 있는지도 전혀 모르다  깜짝 놀라 바라 본 남자가. 하하 그 남자가 왜?


"먼저 타시지요." 말은 안 했지만 마구 몰려서 타려는 순간 아니 마구 몰릴 정도는 아니고 대충 줄은 섰지만 그래도 두 세명이 열차 문 앞에 서게 된 바로 그 순간 딱 멈춰 서서 나 먼저 타라는 듯  손을 쫙 펼쳐 내밀며 양보해주는 아, 그 세련된 동작. 앗 열차타며 처음 보는 멋진 태도였다. 하하 기분 좋게 여행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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