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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Oct 06. 2019

나만의 아지트

그것도 바로 집 앞에

바로 집 앞에 나만의 아지트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괜찮은가. 지금 시각 1시 28분. 지금부터 세시까지 그래 봤자 한 시간 반 정도이지만 그러나 난 이 귀한 시간에 집 앞 카페에 옴으로써 그 시간을 아주 특별하게 만들고 있다. 북적대던 우리 집 앞 카페가 도리어 주일인 오늘은 한가하다. 한 무더기의 여자들이 내가 들어서니 일제히 바라본다. 왜? 한 무더기라기보다 자세히 보니 내 나이 또래의 여자들 세 명이 한 테이블에 앉아 왕창 수다 중인데 그런데 왜 나를 그렇게 일제히 바라봤을까? 아하 저 끝 자리에 한 아가씨가 나처럼 노트북을 펴고 무언가 열심히 하고 있다. 그렇게 아무도 없다. 주일 오후 막 점심을 마쳤을 이 시간에. 


왜 세시 까지냐? 세시에는 다시 교회에 가야 한다. 색소폰 앙상블 연습을 위해서다. 테너 색소폰을 부는 남편이 지휘를 맡고 있고 알토 색소폰을 부는 나는 그 연주 멤버다. 3시 40분부터 5시 반까지 두 시간 정도의 연습이 매주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일 년에 두 번 교회 무대에 서는 것이다. 그 연습을 우리는 이렇게 매주 모여서 한다. 그리고 밤 8시에는 또 속회라는 것이 있다. 부부가 함께 모여 주어진 성경 과제 공부를 하고 친목을 나누는 각 집으로 도는 그야말로 진득한 대화가 이루어지는 순간이다. 그런 모든 것까지 하려니 은퇴한 남편에게는 제일 바쁜 날이 주일이다. 하루 세 번의 스케줄이 기본이기 때문이다. 


그 잠깐의 시간에 그냥 벌러덩 누워서 TV 채널이나 이리저리 돌리며 뒹굴거릴 그 시간에 "여보~ 나 잠깐 갔다 올게~" 하고는 집 앞 카페로 향하니 오홋 특별한 시간이 된다. 아침 6시 50분에 나가서 성가대 봉사를 하고 대개는 11시 반이면 집에 오는데 오늘은 누가 점심 한 턱을 낸다고 하여 굴국밥집에서 성가대원 모두가 함께 밥을 먹으며 또 진하게 대화를 하느라 많이 늦었다. 그래도 다만 한 시간 반이라도 이렇게 나만의 시간을 갖는 건 굉장한 에너지 충전이다. 


아, 그런데 나의 단골 좌석이 바로바로 그 아주머니들 옆자리이다. 다른 곳으로 옮길까? 그러나 한 번 가기 시작한 자리를 쉽게 옮기게 되지는 않는다. 그냥 씩씩하게 내가 늘 앉는 자리에 가서 앉는다. 시끄럽다. 아주 많이 시끄럽다. 이어폰을 꼽고 음악을 들을까? 하하 여기서는 또! 이어폰이 그렇게 몸에 나쁘다는데! 와 너무 티 내는 것 같아 그냥 조용히 노트북만 꺼낸다. 너무 시끄러울까?


호박찜이 어떻고 백설기가 어떻고 역시 내 나이 또래답게 온갖 먹거리 이야기가 한창이다. 자꾸 나의 귀가 그리 가려는 것 같아 걱정하던 때에 "가자!" 하고 모두들 일어선다. 하하 그래서 다시 조용한 상태가 된다. 아, 나의 아지트가 그것도 바로 우리 집 앞에 있다는 것은 얼마나 괜찮은가. 난 여기서 밀린 글 쓰기와 글 읽기를 하련다. 비록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파이팅!!!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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