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왔다. 많이 왔다. 함께 먹었다. 그런데 정말 많이 먹었다. 모두들 가고 나서 재빨리 치우지 않고 퍼더 지고 앉아 또 먹었다. 남은 것들 다 먹어치웠다. 남편도 힘들다며 그냥 함께 퍼더 지고 앉아 먹고 또 먹었다. 간헐적 단식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다. 어떻게 많이 먹게 되니 그런 내가 싫어지면서 온갖 부정적인 생각들이 제 세상 만난 듯 마구마구 들어온다. 무언가 산뜻하게 건강하게 나 자신을 지키고 있을 때는 이런 무너짐이 없는데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이렇게 온갖 부정적인 생각들이 마구마구 몰려온다.
그럼 그렇지. 다이어트가 무어 오래가겠어. 날씬해졌다고? 똥배를 보아라. 뽈록 나온 똥배를 보아. 지금 밤 11시인데 그렇게 먹어대면서 무슨 다이어트를 한다고. 16시간 공복이라더니 어디로 갔냐. 나를 비난하는 소리가 마구마구 들려온다. 그렇게 난 오늘 밤 무언가 산뜻하게 기를 쓰고 지켜오던 것에서 무너져 버렸다. 그것은 어쩌면, 난 준비를 많이 했는데 사람들이 저녁을 먹고 왔다며 많이 먹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내가 잘 못 준비했나? 그런저런 느낌. 막 저녁들을 먹고 와서 배가 불러서라고 한다. 우리는 저녁 식사 후에 8시에 만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번 우리 집에서 할 때는 정말 그릇들을 싹싹 비우며 다 해치웠는데. 정말 오늘따라 저녁식사를 임박해서 먹어서일까? 여하튼 차려낸 음식이 몽땅 팔리지 않을 때 기분은 별로 좋지 않다. 그 때문일까?
합리화시키려면 무얼 못 갖다 붙일까. 그냥 은근히 함께 먹고 그러고 싶었던 게지. 아니, 그 상황에서 난 저녁 7시 이후엔 안 먹어요. 그렇게 말하며 안 먹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난 그러지 않았다. 함께 신나게 먹었다. 내가 먹는지 안 먹는지 누가 신경이나 쓸까? 그러나 집주인이 차려놓고 안 먹는다는 건 정말 말이 안 된다. 그러므로 난 먹었다. 그리고 무너졌다. 아주 잠깐이다. 나의 정신무장이 해이해지는 건. 아, 그런데 난 지금 매우 졸리다. 글을 쓰다 백을 누른 채 졸아 두두두두 몽땅 지워지며 저만치 앞으로 가있기도 하고 스페이스바를 누른 채 졸아 두두두두 저만치 아래 내려가 있기도 한다. 난 자야 한다.
삶은 어차피 산뜻하게 매번 흘러가지는 않는다. 아침부터 매우 기분이 좋을 수도 있고 그리고 저녁 앞 자자. 더 이상은 안 되겠다. 그냥 이런 밤도 있는 거지모. 그런데 기분이 엉망진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