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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Oct 01. 2019

다시 찾은 집 앞 카페

한 번 실수를 했다고 해서 그대로 누군가를 단정 짓는 것은 옳지 않다. 지금 내가 그렇다. 우리 집 바로 앞의 카페. 그곳에 글 쓰러 무언가 아지트를 잡기 위해 왔다가 주저리주저리 여기서 글을 써도 되나요? 어쩌고 저쩌고 미리 말을 하며 그렇게 오래 글을 쓰기는 적당치 않을 것이라는 말에 나는 그대로 여기를 향한 마음의 문을 딱 닫았었다. 즉 발길을 뚝 끊었었다.


바로 이 글. 하하

https://brunch.co.kr/@heayoungchoi/712


그렇게 난 이 곳에 발길을 끊은 채 지냈다. 집 앞에 사실 카페는 널려있지만 이 곳이 가장 가깝고 그리고 가장 크다. 다른 카페는 개인이 하는 아주 조그마한 곳들이다. 물론 그곳을 다 순례해보리라 이 곳을 끊으면서 생각했었지만 마음뿐 그렇게 되지는 않았다. 그 작은 곳에 노트북 들고 들어가 한참 앉아 글을 쓴다는 것은 아무래도 어색할 것 같았으니까. 그래서 차라리 도서관엘 가던가 집에서 하던가 다른 방식을 택했었다. 그런데 도서관은 가고 오는 시간이 많이 걸리니까 항상 집에 있는 남편에게 무언가 미안하고 그래서 의리상 집에 있으면 이런 곳만큼 집중은 안되고. 그렇게 저렇게 세월은 흘러 흘러 시간도 흘러 흘러 그런 채로 지나갔다. 그리고 어제 집을 박차고 나오며 "여보, 나 잠깐만 요 앞 카페에서 글 쓰고 올게~" 하고는 다시 우리 동네에서 가장 큰 바로 그때 그 카페에 왔다. 꽤 세월이 지났지만 그때 그 사장님은 나를 기억한다.


오지 말라 하셔서 안 왔어요.


그동안 자주 와서 글을 썼느냐 등등 안부를 묻는 그 사장님께 나는 나도 모르게 그렇게 말이 나와버렸다. 오지 말라 하셔서 안 왔어요. 하하. 어쨌든 사장님 깜짝 놀라며 내가 언제 오지 말라 했냐. 여기 시끄러워서 글이 잘 안 써질 거라 했지 등등 당신은 절대 오지 말란 소리 한 적 없음을 강조한다. 그래서 시작된 말 트기. 하하 시작은 그거였지만 그렇게 시작된 말로 이른 아침 사람 별로 없는 카페에서 우리는 많은 말을 했다. 그리고 친해졌다. 하하 그렇게 어제 바로 여기서 많은 해야 할 글쓰기를 마쳤고 점심때 집에 가서 나의 그이랑 밥해먹고 평안한 하루가 진행되었다. 그리고 오늘! 난 서울 가기에 앞서 다만 세 시간 정도가 있을 뿐인데 그는 새벽같이 공 치러 나가 혼자 집에 있으면 이것저것 주워 먹으며 마구 딴짓을 할 것만 같아 다시 이 카페로 왔다. 어제 사장님과 친해져서 이젠 이 곳을 나의 아지트로 삼기로 속으로 다짐했기 때문이다. 하하 그렇게 와서 카푸치노를 받아 계핏가루를 듬뿍 뿌려 자리에 앉았다. 바로 집 앞에 아지트를 잡은 이 기쁨을 일단 전하고 나의 할 일을 시작해야겠다. 음하하하 내가 그 선입관으로 그냥 발길을 딱 끊었으면 어찌할 뻔했는고. 오늘은 자식들 이야기까지 사장님과의 대화는 무궁무진이다.


사람은 그러니까 단 한 번으로 판단해서는 안 되는 것 같다. 언제고 사정이 있을 수도 있고 마침 그때 서로 핀트가 어긋날 수도 있는 거니까. 관계 실패라고 생각될 지라도 다시 여러 번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실패한 관계라고 생각했는데 작은 노력으로 작은 용기로 다시 시작된 이 관계. 전혀 실패가 아닌 듯한 관계. 아니 아주 좋아질 것만 같은 관계. 그 관계 회복에 기분이 참 좋다.


아, 하루는 자기 하기 나름인 것 같다. 난 오늘 또 아주 멋진 하루를 만들 것만 같다. 아, 사장님이 직접 제조해준 카푸치노가 매우 맛있다. 음하하하 오늘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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