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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여행

강릉 여행 3

1970년 배화여중을 함께 다닌 친구들과

by 꽃뜰


<2018년 8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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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홋 이게 모야? 계피? 그거 몸에 좋다는 거? 그치 우리 몸에 아주 좋아. 그냥 어디고 다 넣으면 돼. 아, 저런 계피 어디서 사지? 그래? 가져 가. 필요한 사람 가져가. 누군 가져가고 누군 안 가져가고 우리 사이에 그런 건 없다. 오케이 나누 잣. 하여 선반을 뒤져 계피를 몽땅 꺼내 나누기 시작했으니 우리는 그야말로 싹쓸이꾼들. 헤헤 야, 그래도 좀 남겨야 하는 거 아냐? 양심이 있어 걱정스레 말하니 괜찮아. 가져가. 한사코 괜찮다며 다 가져가란다. 덕분에 우리들 보따리는 커지고 또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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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골뽀골 팍팍 끓고 있는 히비스커스 우린 물을 받아내느라 H가 채반 쥔 손에 힘 꽉 주고 영차 영차. 한쪽에선 열심히 계피를 나누며~ 바리바리 우리들 먹거리가 쌓이고 있다. 잘 섞이도록 젓는 거 물려받은 H. 착착 착착 쓱쓱쓱쓱 열심히 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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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호 우리 일하고 있는 거 맞아? 자, 이렇게 열심히 저어서.... 이어지는 선생님의 열강. 몰라 몰라 절대 해 먹지는 앉을 것 같아. 히히 그냥 만들어진 거 사 먹을래. 하하. 선생님 말은 귓등으로 그냥 우리끼리 신난다. 중학교 때 가사실습하듯 우리 지금 환갑도 넘었는데 배화 여중생 되어 깔깔 푸하하하 또!!! 우리들 바리바리 싸갈 드디어 완성된 히비스커스 코디얼 그 나눔이 시작되었으니 J가 팍팍 계량컵으로 떠내는 것 맡았는데 와이 하필 새하얀 옷 입은 그녀가? 그만해라. 옷에 튈라~ 괜찮아~ 빨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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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살아온 세월이 오십여 년. 그만큼 각 분야에서 재주가 남다른 친구들. 그 나눔으로 기쁜 우리들. 중학교 때 모습이 어딘가에 남아있다. 그때 일 잘하던 친구는 지금도 일 잘하고, 그때 말 잘하던 친구는 지금도 말 잘하고, 그때 덜렁대던 친구(히히 나~)는 지금도 덜렁댄다. 어떻게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었을까? 12명에서 꽝꽝 대문을 닫아버린다. 더 많아도 힘들어. 우리끼리만 오래오래~


얘, 그때 우리 미술 선생님 정말 잘 가르치셨잖아? 그분 아주 유명한 화가시더라. 맞아 맞아. 향원정에 그림 그리러 갔을 때 얼마나 열심히 그렸는지 나중엔 향원정 모습을 깡그리 외우게 되었었지. 다시 이어지는 옛 추억들. 그리고 보면 우리 그 역사 깊은 학교에서 참 잘 배웠어. 그렇지? 맞아. 교정은 또 얼마나 아름다웠냐. 그 배화 동산에서 문학수업하던 때가 그립다. 수학 여자 선생님 말이야 옷이 딱 두벌 이셨다. 그걸 열심히 빨아 교대로 입으셨지. 그 선생님 댁에 가봤는데 얼마나 가난하던지. 줄줄줄줄 다시 터져 나오는 1970년 중학교 때 까마득한 옛이야기들이 우리에겐 그저 엊그제만 같다. 그 옛이야기를 맞장구치며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아 그야말로 수다가 만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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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가 다리 쭉 뻗으며 야사시 하게 포즈~ 호홋 K 사무실 앞에서 포즈 포즈 맨날 어디 가자~ 하면서도 말로만 중국 일본 미국 유럽 다 다녀왔고 정작 실행은 사무실이 있는 K에게만 2년째. 매 해 8월 16일은
강릉 오는 날! K 사무실이 좀 더 잘 나오도록 이렇게 저렇게 신나게 포즈 잡고 있는데


헉!!! 어디서 나타났지? 까만 모자 까만 티 까만 바지. 눈도 게슴츠레 술 취한 듯 마약에 취한 듯 조폭 스타일의 커다란 남자. 자기도 끼어달라며 우리 곁에 와서 턱 하니 앉는 게 아닌가. 오마 낫! 놀라서 사무실로 급 후퇴!!! 모야. 무슨 아저씨야. 마약 한 거 같지 않아? 그래 술에 취해도 한참. 아, 무서워. 우리는 사무실로 헐레벌떡 달려 들어가 문을 꽁꽁꽝꽝 잠가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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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아늑한 우리들만의 보금자리. 일이 여전히 많아 바쁘고 힘든 Y의 피로를 풀어주겠다며 달려드는 J. 우아.... 손길이 장난이 아냐. 주물럭주물럭 만져주는 J 손맛에 웃다 울다 하는 Y를 보며 아파? 그렇게 시원해? 우리는 궁금해서 미친다. 하하 <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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