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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Dec 04. 2019

강릉 여행 3

1970년 배화여중을 함께 다닌 친구들과


<2018년 8월 16일>





오홋 이게 모야? 계피? 그거 몸에 좋다는 거? 그치 우리 몸에 아주 좋아. 그냥 어디고 다 넣으면 돼. 아, 저런 계피 어디서 사지? 그래? 가져 가. 필요한 사람 가져가. 누군 가져가고 누군 안 가져가고 우리 사이에 그런 건 없다. 오케이 나누 잣. 하여 선반을 뒤져 계피를 몽땅 꺼내 나누기 시작했으니 우리는 그야말로 싹쓸이꾼들. 헤헤 야, 그래도 좀 남겨야 하는 거 아냐? 양심이 있어 걱정스레 말하니 괜찮아. 가져가. 한사코 괜찮다며 다 가져가란다. 덕분에 우리들 보따리는 커지고 또 커진다. 




뽀골뽀골 팍팍 끓고 있는 히비스커스 우린 물을 받아내느라 H가 채반 쥔 손에 힘 꽉 주고 영차 영차. 한쪽에선 열심히 계피를 나누며~ 바리바리 우리들 먹거리가 쌓이고 있다. 잘 섞이도록 젓는 거 물려받은 H. 착착 착착 쓱쓱쓱쓱 열심히 젓는다. 





호호 우리 일하고 있는 거 맞아? 자, 이렇게 열심히 저어서.... 이어지는 선생님의 열강. 몰라 몰라 절대 해 먹지는 앉을 것 같아. 히히 그냥 만들어진 거 사 먹을래. 하하. 선생님 말은 귓등으로 그냥 우리끼리 신난다. 중학교 때 가사실습하듯 우리 지금 환갑도 넘었는데 배화 여중생 되어 깔깔 푸하하하 또!!! 우리들 바리바리 싸갈 드디어 완성된 히비스커스 코디얼 그 나눔이 시작되었으니 J가 팍팍 계량컵으로 떠내는 것 맡았는데 와이 하필 새하얀 옷 입은 그녀가? 그만해라. 옷에 튈라~ 괜찮아~ 빨면 되지.





각자 살아온 세월이 오십여 년. 그만큼 각 분야에서 재주가 남다른 친구들. 그 나눔으로 기쁜 우리들. 중학교 때 모습이 어딘가에 남아있다. 그때 일 잘하던 친구는 지금도 일 잘하고, 그때 말 잘하던 친구는 지금도 말 잘하고, 그때 덜렁대던 친구(히히 나~)는 지금도 덜렁댄다. 어떻게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었을까? 12명에서 꽝꽝 대문을 닫아버린다. 더 많아도 힘들어. 우리끼리만 오래오래~


얘, 그때 우리 미술 선생님 정말 잘 가르치셨잖아? 그분 아주 유명한 화가시더라. 맞아 맞아. 향원정에 그림 그리러 갔을 때 얼마나 열심히 그렸는지 나중엔 향원정 모습을 깡그리 외우게 되었었지. 다시 이어지는 옛 추억들. 그리고 보면 우리 그 역사 깊은 학교에서 참 잘 배웠어. 그렇지? 맞아. 교정은 또 얼마나 아름다웠냐. 그 배화 동산에서 문학수업하던 때가 그립다. 수학 여자 선생님 말이야 옷이 딱 두벌 이셨다. 그걸 열심히 빨아 교대로 입으셨지. 그 선생님 댁에 가봤는데 얼마나 가난하던지. 줄줄줄줄 다시 터져 나오는 1970년 중학교 때 까마득한 옛이야기들이 우리에겐 그저 엊그제만 같다. 그 옛이야기를 맞장구치며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아 그야말로 수다가 만발이다. 




J가 다리 쭉 뻗으며 야사시 하게 포즈~ 호홋 K 사무실 앞에서 포즈 포즈 맨날 어디 가자~ 하면서도 말로만 중국 일본 미국 유럽 다 다녀왔고 정작 실행은 사무실이 있는 K에게만 2년째. 매 해 8월 16일은
강릉 오는 날! K 사무실이 좀 더 잘 나오도록 이렇게 저렇게 신나게 포즈 잡고 있는데 


헉!!! 어디서 나타났지? 까만 모자 까만 티 까만 바지. 눈도 게슴츠레 술 취한 듯 마약에 취한 듯 조폭 스타일의 커다란 남자. 자기도 끼어달라며 우리 곁에 와서 턱 하니 앉는 게 아닌가. 오마 낫! 놀라서 사무실로 급 후퇴!!! 모야. 무슨 아저씨야. 마약 한 거 같지 않아? 그래 술에 취해도 한참. 아, 무서워. 우리는 사무실로 헐레벌떡 달려 들어가 문을 꽁꽁꽝꽝 잠가버린다. 





다시 아늑한 우리들만의 보금자리. 일이 여전히 많아 바쁘고 힘든 Y의 피로를 풀어주겠다며 달려드는 J. 우아.... 손길이 장난이 아냐. 주물럭주물럭 만져주는 J 손맛에 웃다 울다 하는 Y를 보며 아파? 그렇게 시원해? 우리는 궁금해서 미친다. 하하         <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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