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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Dec 09. 2019

강릉 여행 4

1970년 배화여중을 함께 다닌 친구들과


감자 옹심이? 막국수? 산나물 정식? 참가자미 구이? 



우리가 강릉에 오기 전부터 K는 메뉴를 정해달라고 달달 볶았지만, 우린 딱히 못 정하고 있다가 산나물이야 모~ 아무데서나 먹을 수 있으니까 참가자미를 정한다. 앗 그런데 마침 그 집이 전화를 안 받아 산나물 집으로 간다. 참가자미냐? 산나물이냐? 왔다 갔다 결정 못해 뒤늦게야 예약하니 우리들 들어갈 방이 준비가 안되어 밖에서 대기한다. 방이 되었건 대기 장소가 되었건 그 어디에 있어도 무궁무진 우리의 대화는 끝이 없으니 밥이 좀 늦으면 어떠랴. 흐흐 



드디어 드디어~ 제주도팀 도착. 제주도에서도 전원 참석! 에 누를 끼치기 싫어 아침 일찍 비행기 타고 온 YS. 짝짝 짝짝짝 참 잘했어요~ 의리의 HS. 제주에서 서울 서울에서 강릉. 홀로하는 YS 외로울 까 봐 우리의 케텍 대열에서 과감히 벗어나 YS와 함께. 와우~ 박수 짝짝짝 짝짝 드디어 우리들 들어갈 방 준비 완료! 와우 그야말로 산나물 천국. 온갖 나물에 메밀 전에 두부에 그리고 돌솥밥. 그런데 지금 오후 2시가 넘어가고 있어 무엇을 먹어도 그저 맛있을 판. 밥을 두둑이 먹었으니 산책을 좀 하기로 한다. 따가운 햇살에 어느새 빼드는 양산, 선글라스, 모자, 마스크 등등. 걷는 거 좋아하는 나의 준비가 가장 완벽하였으니 양산은 M에게 양보.




1563년 강원도 강릉부 초당동에서 태어난 허난설헌 許蘭雪軒. 조선 중기의 시인, 작가, 화가이다. 시댁과의 불화로 많이 불행했던 그녀. 어두운 마음을 글로 그림으로 풀어낸 걸까? 많은 작품을 남긴다. 





홍길동전을 지은 허균이 친동생이고 양천이 본관이다. 호호 울 남편의 본관도 양천! 헤헤. 어의 허준은 11촌 숙부 뻘이다. 




1589년 초 그녀의 나이 27세에 아무런 병도 없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몸을 씻고 옷을 갈아입고서 집안사람들에게 유언과 비슷한 시를 남긴다.





今年乃三九之數 

금년이 바로
3·9수에 해당되니

今日霜墮紅  

오늘 연꽃이 서리에
맞아 붉게 되었다


碧海浸瑤海 

푸른 바닷물이
구슬 바다에 스며들고

靑鸞倚彩鸞  

푸른 난새는
채색 난새에게
기대었구나.

芙蓉三九朶

부용꽃 스물일곱 송이가
붉게 떨어지니

紅墮月霜寒

달빛 서리 위에서
차갑기만 해라.





27세에 죽기 직전 방 안에 가득했던 자신의 작품들을 모두 불태운다. 친정에도 모두 소각시키라 명하는데 그의 시재를 아깝게 여긴 허균이 이를 보관하여 지금까지 내려오게 된단다. 아버지를 잃고 아들 딸을 잃고 연이은 불행을 겪은 허난설헌. 그녀의 생가를 돌아본다. 





그 불행 속에 지은 그녀의 시를 보자. 도무지 나이 27에!!!





'아들딸 여의고서'

지난해 귀여운 딸애 여의고
올해는 사랑스러운 아들 잃다니

서러워라 서러워라 광릉 땅이여
두 무덤 나란히 앞에 있구나

사시나무 가지엔 쓸쓸한 바람
도깨비불 무덤에 어리 비치네





소지 올려 너희들 넋을 부르며
무덤에 냉수를 부어놓으니

알고말고 너희 넋이야
밤마다 서로서로 얼려 놀 테지

아무리 아해를 가졌다 한들
이 또한 잘 자라길 바라겠는가

부질없이 황 대사 읊조리면서
애끊는 피눈물에 목이 멘다.





불행한 자신의 처지를 시를 지으며 달랜 허난설헌. 그런데 겨우 27세에 생을 마감하면서 이리 많은 시를 남기다니. 섬세한 필치 독특한 감상 애상적 시풍 그러나 불행은 계속되어 임신 중이던 뱃속 아이 사산. 남편은 계속

밖으로만 돌고 어머니 역시 객사 동생 허균 귀양. 시 재주와 문명은 당대에도 알려졌으나 남편을 기다리는

시 조차도 음란하다며 저평가받는다. 조선 봉건사회의 모순과 잇단 가정의 참화로, 그녀는 거의 모든 시에서 속세를 떠나고 싶은 마음을 드러낸다. 그러니까 500여 년 전에도 삶은 다 비슷하며 마음도 비슷하네.





그런데 말이야 이런 곳에 있으면 누구나 시인이 될 것 같지 않아?



그토록 경치가 아름답다. YM, 나, H는 H를 중심으로 아주 특별한 인연이다. 덕수국민학교 때 완전 단짝이었던

H랑 나. 어찌어찌 헤어졌다 간간이 마주치다 이제야 확실히 다시 우리의 우정을 다져간다. YM과 H는 중학교 때 단짝이었다가 어찌어찌 헤어졌다 간간이 마주치다 이제야 확실히 다시 그들의 우정을 다져간다. 호홋 정말 기막힌 인연들이다.





자, 우리의 뜨거운 우정을 위하여!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우뚝 솟은 소나무 쭉쭉빵빵 소나무 숲을 향해 돌진~  호호 경포호로 이어지는 소나무길. 하낫둘 셋넷 둘둘 셋넷 착착 착착 걷는 우리들~ 히히 걷는 것 만이 살길이여~


<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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