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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Oct 05. 2019

가까운 한 사람이 좋으면

모두가 좋아진다

옥수수 삶은 거 갖고 가까?


하하 아무리 생각해도 나의 남편은 참 착한 것 같다. 같이 있는 사람 둘이 좋으면 이 세상 사람 모두 좋은 거다. 아침 일찍 노트북을 싸들고 남편이 일어날 즈음 집을 나선 나. 아주 가까우니까 "이따 점심때 봐~ "도 되고 "아무 때고 내가 필요하면 불러~"도 된다. 난 그냥 번잡하게 흘러가고 말 토요일 오전을 무언가 알차게 보내고 싶어 집 앞의 카페를 찾는 것이다.


헉. 그런데 문을 닫았다. 내가 너무 일찍 온 걸까? 분명 9시 이전에 연다고 했는데 지금 9시 10분인데 말이다. "여보, 문을 닫았네 어떡하까? " 아쉬우면 젤 먼저 돌리는 곳 남편의 전화. "그 근처 산이라도 올라갔다 가봐." "오케이. 아니 그런데 다른 카페로 갈까? 지난번 갔던 그곳?" "그냥 기다려~" 해서 난 바로 근처에 있는 산으로 간다. 우리 동네는 그렇게 사방에 산으로 가는 길이 있다. 살짝 조금만 걷다가 오홋 그런데 역시 아주 잠깐이라도 산 길은 무언가 상쾌하다. 나무들이 촉촉이 이슬에 젖어있다해야할까. 그래도 금방 문을 열었을 테니 그 집 앞 카페로 발길을 돌린다. 아주 조금 산 입구에서 산내음을 맛만 보고.


아, 이미 9시 30분이 되어가는데 그래도 문을 안 열었다. 또 득달같이 남편에게 전화. "여보 문을 안 열었어 어떡하지?" "집으로 와." 집에서는 이미 '걸어서 세계 속으로'가 시작되었다며 와서 같이 보잔다. "여보 그래도 칼을 뽑았는데 그대로 갈 수는 없지." "무얼. 무 한 조각만 베고 와." 하하 씰데 없는 농담 따먹기를 하며 기다리지만 역시 문을 열지 않는다. 집으로 오라 한다. 옥수수를 맛있게 삶아 먹자 한다. 오케이 집으로 향한다.


그런데 19층인 우리 집에서도 보이는 바로 집 앞 카페. "아, 누군가 들어간다." 창 밖으로 길게 머리를 빼고 나를 보고 있던 남편이 말한다. "아, 그래?" 후다닥 카페로 발길을 돌린다. 그래도 칼을 뽑았는데! "나 갔다 올게~" 집에 다가가기 전 발길을 훽 돌려 다시 카페로 향한다. 오홋 카운터에 오늘은 다른 분.


나와 줄곧 이야기하던 사장님의 남편이란다. 9시부터 와서 기다렸다는 나의  말에 본래 9시면 문을 여는 데 오늘 무슨 급한 일이 있어서 늦게 열었단다. 그래서 또 새로운 분과 인사를 나누며 새 관계가 시작된다. 하하 그때 걸려오는 전화. 남편이다. "들어갔어?" 그러면서 하는 말이 "옥수수 갖다 주까?" 하하 푸하하하 너무도 착한 나의 남편. 다른 거 없다. 나의 곁의 사람이 나를 좋아해 주고 내가 하는 일을 좋아해 주고 그거면 된다. 관계란 그런 것이다. 내 가까운 주변부터 한 명 한 명 그렇게 좋아지며 온 세상 사람이 다 좋아지는 그런 것. 하하. 난 오늘 이 아침 집 앞 카페에서 특별한 나의 토요일을 시작한다. 파이팅!!! 그냥 사람들이 좋고 감사하고 행복하다는 맘이 막 든다. 오홋. 오래오래 가져갈 괜찮은 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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