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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Nov 11. 2019

브런치 북 응모가 뭐길래

"딱 한 권에 정성을 쏟아야지. 그래서 되겠냐?"


17일까지는 나 건들지 말라며 수시로 브런치 북 발간~ 브런치 북 발간~ 을 가족방에 남발하는 나를 보고 한심해하며 남편이 하는 말이다. 아닌 게 아니라 벌써 여섯 번째의 브런치 북을 발간하고 응모했다. 괜히 17일까지는 다른 데 눈 돌리면 안 될 것만 같다. 모임, 등산, 골프 등 많은 행사가 모두 걸리적거린다. 온갖 핑계를 동원해 최대한 빠진다. 서울에 가면 두 탕 세탕 네 탕 엄마 만나는 것에서부터 친구 만나기 두루두루 많은 일을 보고 오는 것도 딱 근절이다. 피할 수 없는 것만 하고는 곧바로 울산행이다. 잠시 엄마도 친구도 모두 모두 잊고 브런치 북 발간 만이다. 그래도 매일 해야 하는 일들이 있기에 시간이 많이 나는 건 아니다. 어쨌든 17일까지 모든 나의 시간은 브런치 북 발간 응모를 위해서다.  


그러다 보니 남의 글을 읽는 시간도 아깝다. 일단은 17일 지나고다. 그때마다 어느 작가님의 프로필 제목이 떠오른다. '독자보다 작가가 많은 시대...' 그렇다. 나는 지금 작가만 하고 있다. 독자 안 한다. 그렇게 브런치 북 만들어 응모하는데만 열중하고 있다. 남편 말 대로 나는 왜 그렇게 중간이 없을까? 왜 모든 게 극과 극일까? 잠깐씩 짬을 내서 읽기도 할 수 있을 텐데 마음을 한쪽으로 정하면 하나만 된다. '지금은 내 글 쓰고 내 책 만들고. 17일까지는 그것만이야.' 이렇게 정해놓으니 다른 글은 읽어도 집중이 안된다. 참 바보 같다. 도대체 브런치 북 응모가 뭐길래. 


남편 말대로 그렇다면 단 한 권에 집중하여 무언가 결실을 보아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난 그것 역시 못한다. 그렇게 항상 실속이 없다. 그냥 브런치 북 응모라는 게 신기해 도전하지만 어떤 책이 사람들의 많은 관심을 끌지 알 수 없으니 일단 내가 쓴 것들을 모두 책으로 만들어 본다. 몽땅 떨어지면 그때 아, 내 스타일이 아니구나 하고 깨닫겠지. 어쨌든 17일 응모 마감 요 것은 꽤 신경 쓰인다. '17일까지는 모든 일 축소 오로지 브런치 북 응모만' 내 마음은 온통 요렇게 맞춰져 있다. 잘 될지 그만큼 책을 잘 만들지도 알 수 없다. 그러나 그건 중요치 않다. 그냥 내 맘 끌리는 대로 나는 간다. 그게 내 나이의 특권이기도 하다. 내 맘 내키는 대로 고우 고우. 떨어지면 어떠랴. 또 지원하면 되지. 오예!  지금은 오로지 작가만! 17일까지는 독자 못한다. 바보 같다. 그래도 할 수 없다. 그게 나다. 


책을 발간하기 위해 지난번 썼던 글을 책에 맞도록 많이 바꾸고 하는 것 또한 못하겠다. 바꾸기 시작하면 끝도 없을 것만 같기 때문이다. 여기서 또 나의 극과 극은 발휘되니 '바꾸면 몽땅 바꾸고 안 바꾸면 하나도 안 바꾸고.' 그래서 내가 써온 많은 글들을 그냥 그대로 책으로 만들 뿐이다. 책 제목을 쓰고 목차를 정리하고. 그리고 응모하고. 그래. 한동안 작가만 하면 어떠랴. 나중에 독자만 할 날도 있겠지. 가끔 그러지 않았더냐. 난 요즘 쓰는 주기~ 하면서 주야장천 쓰기만 했고 난 요즘 읽는 주기~ 하면서 단 한자도 안 쓰고 주야장천 읽기만 하지 않았던가. 그것이 나의 캐릭터인 걸 어쩌랴. 난 나대로 사는 거다. 음하하하. 독자 주기가 오면 그때 많이 읽으리라. 지금은 그냥 브런치 북 만드는 작가만 하리라.


그런데 무언가 죄책감이 든다. 나의 글을 쓰면 병행해서 남의 글도 읽어야지 나의 글만 쓰는 건 무언가 죄를 짓는 것만 같다. 그 죄책감을 어쩔 수 없어 난 이렇게 양해를 구하는 건지도 모른다. 그 무언가 죄책감에서 벗어나고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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