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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Dec 14. 2019

오피스텔 에어비앤비

모처럼 부부 라운딩을 마치고 집에 오는 길이다. 오랜만에 친 겨울 골프 치고는 롱 퍼팅이 땡그랑 들어가는 기쁨도 맛보았고 드라이브샷도 그런대로 괜찮아 룰루랄라 나는 기분이 꽤 좋다. 때르릉 걸려오는 전화, 일산의 부동산이다. 일산 장항동에 한창 오피스텔 붐이 일던 까마득한 옛날 이천 일 년인가 이년쯤일 게다. 그때 분양받은 오피스텔이 있는데 입주 첫날부터 맡아 관리해주는 분이다. 킨텍스 부근에 좋은 오피스텔이 들어서서 오래된 이 곳은 값이 많이 떨어졌다며 새로 사람이 와서 계약한다는데 "아니 잠깐만요." 나는 제동을 건다. 와이?


이미 십여 일 전에 이 부동산 사장은 전화했었다. 지금 살고 있는 사람이 내년 3월이 만기인데 미리 나가고 마침 들어오겠다는 사람이 있어 계약한다고. 많이 낮아진 가격이지만 시세라니 어쩔 수 없으니 그러라고 했다. 그런데 그 전화를 끊고 나서 들었던 후회감. 파리에 살고 있는 아들이 우리와 함께 에어비앤비에 묵으며 동유럽 여행하고 나서 엄마도 한국에서 에어비앤비를 해보라고 많이 권유했기 때문이다. 그렇지. 마침 사람들 나간다는데 이때를 계기로 에어비앤비를 한다 할 걸! 그렇게 살짝 후회를 하고 있던 참에 마침 다시 전화가 온 것이다. 그때 계약했던 사람이 안 하기로 했고 새로 사람이 왔다니 살짝 후회했던 게 마구 생각나며 "잠깐!!! 어차피 새사람이라면 그냥 두세요. 집을 좀 에어비앤비로 쓸까 해서요."


2003년에 입주한 이 오피스텔은 얼마나 예쁜가. 게다가 그때 복층공사까지 해놓았기에 아래 큰 거실 그리고 방 두 개. 그리고 계단으로 올라가면 침실로 쓸 수 있는 넓은 공간이 있으니 요걸 예쁘게 깔끔하게 분위기 좋게 해 놓고 에어비앤비에 등록해 외국인을 받으면 신청에서 사용 때까지 수익도 되면서 외국인도 사귀면서 영어도 쓰면서 내가 그냥 구름 잡는 공부가 아니라 공부한 것을 다 써먹을 수도 있고 수익도 커지고 와우 도대체 이게 일거 몇득이야. 하나 둘 셋넷.... 그렇게 붕붕 나의 마음은 끝도 없이 하늘을 날고 정신없이 유튜브며 온갖 정보를 뒤진다. 오홋. 지금까지 하던 모든 것은 잠깐 딱!!! 멈춤!!! 눈에도 안 들어오고 관심도 없고 오로지 에어비앤비 여기만 매달려 몇 시냐 새벽까지 그리고도 또 오늘까지.


헉. 그런데 가장 중요한 난관에 뒤늦게야 도달했으니 이름하야 '불법'! 세상에. 이미 모든 방을 깨끗하게 도배하여 리모델링하고 이케아에서 모든 가구를 들여놓고 침구에 모에 나의 인테리어 열망까지 보태지며 나의 꿈은 정신없이 하늘로 쭉쭉 뻗었으니 그런 집들을 살펴보니 하룻밤에 13만 원 15만 원 하면서도 매진사태라는 글까지 보니 나의 가슴은 두둥실 그런데 그런데 어 이상하다.


국세청에 문의하니 구청에서 일단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해서 구청에 전화해 오피스텔이 있는데 그걸 에어비앤비로 하려는데 어떤 서류를 준비해야 하나요? 구청 숙박업 담당자는 자기 담당이 아니라며 관광도시 민박과 인가로 나를 연결해준다. 문의하니 오피스텔은 안됩니다. 불법입니다. 한다. 아니 오피스텔이 안돼요? 왜요? 그럼 원룸은 되나요? 원룸도 안된단다. 허가를 받으려면 외국인만 받아야 되고 그것도 70평 이하여야만 되고 그중 한 곳에 반드시 주인이 살아야 하고 등등 꽤 까다로운 그 조건에 충족해야만 허가가 나온단다. 그래야 합법이란다. 하이고 몇 번이고 물어본다. 오피스텔이 안돼요? 왜요? 업무시설이라 안됩니다. 하이고 모지?


오피스텔 에어비앤비로 검색하니 정말 많이도 나온다. 어차피 불법이지만 오피스텔을 사람들이 가장 선호한다. 역세권에 편의시설에 게다가 우리 집은 6명 이상 10명까지도 가능할 것 같으니 수익은 어째 떼놓은 당상 같은데 그런데 이리저리 물어보아도 불법이란다. 불법이지만 수요 너무 많아 거의 대부분이 불법으로라도 그냥 실행하고 있다 한다. 그러다 운 나쁘면 걸리는 거고 걸리면 벌금을 내면 된다는 것이다. 캬.


아니 그렇다고 무슨 떼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달랑 한 개 나의 오피스텔 가격도 내려가 월세 받느니 그걸 에어비앤비로 운영해 외국인을 받으며 영어도 제대로 써먹고 그렇지 태국인도 받아 태국어도 써먹고 그렇게 둥실 두둥실 꿈에 부풀었는데 그런데 불법이라니. 에고. 걸리면 벌금을 내야 하고 경찰서를 드나들어야 하는데 하이고 그리 무시무시한 것을 어찌한단 말인고. 게다가 울산에서 일산. 그 관리가 될까? 했지만 그건 또 요즘 청소니 뭐니 그런 에어비앤비만 관리해주는 업체도 있다 하여 거기 맡기면 되겠다 싶어 꿈을 키웠지만 곁에 있는 것 아니고 남들 다 시키면서 어찌 돈이 되겠냐는 남편의 타박도 이어진다. 그러 저런 걸 다 떠나 불법! 이라니. 불법이란 걸 알면서도 저지를 수는 없지 아니한가. 그래도 누구나 한다는데. 다들 그렇게 한다는데. 그 많은 사람들이 하는데 그걸 여전히 불법으로 놓아두는 정부가 문제지. 이런저런 마음의 소리가 막 들려온다. 그래도 불법인데! 시작을 말아야지. 그래도 모두들 한다는데! 걸리기야 하겠어. 생각만 말고 일단 시작을 해보자! 아니야 그런 시작을 불법으로 하는 건 아니야. 불법이 빤한데 어떻게 시작해? 아니야. 모두 한다는데 해봐. 모처럼 생각한 거 실행해보라고. 아니야. 불법은 아니야. 덩달아 뒤져보는 인터넷에서도 불법이지만 모두 하니 해봐라에서 불법이니 하지 마십시오. 합법적인 집을 찾아 하십시오. 권유조차 가지각색이다.


그래서. 그 모든 걸 포기하기까지 꼬박 이틀이 걸렸다.  난 이미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되어있었고 그것도 영어로 즉각 답도 잘 쓰고 외국인들이 좋다는 후기도 많이 남기는 멋진 슈퍼 호스트가 되어있었다. 인테리어도 결정 났고 비품 쇼핑도 끝났고 푸하하하 그렇게 두둥실 꿈속에서 지내다 이제야 제정신으로 돌아와 남편 지시로 부동산에 전화한다.


불법이라네요. 그냥 월세 다시 내주세요.


거 봐요 사모님, 제가 불법이라고 했잖아요. 사모님이 여기 계시는 것도 아니고 안된다니까요. 청소업체 맡겨서 무슨 돈이 되겠어요. 안돼요. 좋은 손님만 있는 것만도 아니고 신경 너무 쓰여요. 제가 나쁜 경우를 많이 봐서 말린 건데. 에구 귀한 손님만 놓쳤잖아요. 요즘 잘 안 나가는데.


부동산 사장님께 또 남편에게 심하게 구박만 받는다. 청소랑 다 맡기고 그리고 돈 벌 생각을 하셨어? 아, 그래도 난 꿈속에서 펄펄 날아 내가 유럽여행 때 경험했던 에어비앤비 그 멋진 호스트가 되어 나의 오피스텔을 아름답게 꾸며 몰려드는 세계 여행가들을 선착순으로 예약받고 있었으니. 푸하하하. 꿈속의 이틀이 지나갔다. 다른 거 아무것도 못한 채. 그렇게 꿈만 꾸며 두둥실 붕붕 떠 살 수도 있는 거였다. 정신 차리고 보니 나의 오피스텔은 너무 멀리 있고 위법이다. 그래. 그냥 이대로 나 하던 대로 살자. 하이고 오오오 나도 참참참. 그렇게 오피스텔 에어비앤비의 화려한 꿈은 훨훨 날아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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