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을 쫓는 일

가닿지 못해 더 소중한

by Heba

해가 기울기 시작하면 마음이 달아오른다. 자전거 페달에

힘을 싣고, 저 멀리 붉게 물든 하늘을 향해 달린다. 어느새

온 세상이 금빛과 붉은빛 사이에서 반짝인다. 나는 멈추지

못한다. 그 빛을 카메라에 담고 싶고,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아무리 달려도 노을은 가까워지지

않는다. 눈앞에 있지만 닿을 수 없고, 서서히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간다. 마치 오늘만을 위한 한 번뿐이 공연처럼 그

빛은 잠깐의 설렘만을 남긴 채 저문다.


같은 방향, 같은 시간, 해는 매일 비슷한 자리에 지지만,

오늘의 노을은 오늘만의 얼굴을 하고 있다. 어제 본 노을도

아름다웠고, 내일의 노을은 분명 찬란하겠지만, 지금의 이

순간의 빛은 다시는 오지 않을 것만 같다. 붉은빛이

주황으로, 보랏빛이 서서히 퍼져 나갈 때면 마음 한쪽이

저릿해진다. '지금 이걸 꼭 남겨야 해.' 조급히 셔터를

누르지만, 그 찰나의 빛은 언제나 조금 빠르다. 그래서 매번

아쉽고, 그래서 더 간절하다. 해가 지는 시간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노을은 매번 나를 조금 놓치게 하지만, 그 놓침 속에서의 삶의

리듬을 배운다. 모든 순간은 붙잡으려 할수록 벌어지고,

담으려 할수록 흐려진다. 그래도 나는 계속해서 달린다.

언젠가 닿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 때문이 아니라, 그저 그

빛을 향해 나아가는 이 시간이 소중하기 때문이다. 닿지

않아도 좋다. 멀어져도 괜찮다. 오늘의 노을은 다시 오지

않지만 그 기억은 내 마음 어딘가에 은은한 빛으로 남을

테니까.


내일도 나는, 해가 지는 방향을 바라보며 자전거를 꺼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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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봐 오던 한강 그리고 지는 노을은 언제나 내 마음을 설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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