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식물이 내게로 왔다.

이름 모를 식물과 함께한 여덟 달

by Heba

지난해 여름, 현장 실습을 하던 중이었다.

화분들이 놓인 주변을 청소하다 우연히 눈에 띈 식물 하나.

크고 화려한 화분들 사이, 검은 비닐봉지 속에 겨우 물에

담겨 키워지고 있었다. 이름도, 존재도 잘 알려지지 않은 채

그렇게 있었다.


나는 식물을 잘 키우지 못한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식물에

애정을 가져본 적이 없다.

어느 날, 초등학생 아이가 나에게 한마디를 툭 던졌다.

“샘은 식물을 못 키우시나 봐요? 예전에 키우신 꽃들이 빨리

죽었더라고요.”

아이의 말은 솔직했고, 그래서 더 아팠다.

이미 세상에 없는, 나로 인해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시든 그

작은 생명들에게 미안해졌다.


그 일 이후로 식물은 내 관심 밖이었다. 일부러 피했고, 나와

맞지 않는다고도 생각했다.

그런데, 그날 본 그 식물은 달랐다.

짧은 뿌리만 간신히 물에 담긴 채, 검정 비닐봉지 안에서

조용히 시간을 견디고 있었다.

전등 불빛조차 닿기 어려운 화분 그늘에서, 버려지지 않고

남아있는 모습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

내가 발견한 그날은 실습이 끝나기 이틀 전이었다.


언제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건지는 모르지만 직원에게

“이거 어떻게 할까요?”

조심스럽게 물었다. 언젠가 키울 마음 없다고 단정 지었던

내가, 가장 초라한 생명을 향해 손을 내밀고 있었다.


“아휴, 지저분하게 누가 이런 걸 다 갖다 놨지? 쓰레기통에 버려요.

여긴 깨끗해야 하거든요."


“그럼… 제가 가져가도 될까요?”


이름도 모르는 그 식물은 그렇게 내 것이 되었다.

예쁜 이태리제 화분에 심어주고, 마치 낯선 아이와 함께

사는 마음으로 하나하나 배워가듯 돌보았다.

햇볕을 너무 세게 쬐지 않게 조심했고, 흙이 마르면 물을

주었다. 과하지 않게, 지나치지 않게.


“너희 집은 할머니가 꽃 많이 키우시잖아. 혹시 이 식물 알아?”

“사진 찍어서 검색해 보세요.”

그래서 알게 된 이름, 인도고무나무.


가을을 지나 겨울이 오고,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잎을 쉴 새

없이 틔웠다.

며칠 전엔 분갈이를 해줬다.

허리가 휘청일 정도로 고된 작업이었지만, 기분은 좋았다.

내가 준 온기와 시간에 응답하듯, 고무나무는 키도 훌쩍

자라고 더 넓은 잎으로 화답했다.


오늘이 함께 한 지 꼭 8개월째 되는 날이다.

오는 8월이면 1년.

그때쯤이면 얼마나 더 자랐을까.

비닐봉지 속 어둠을 견디던 작은 생명이, 내 손 안에서

이렇게 자라날 줄 누가 알았을까.

식물 하나로 다시 용기를 얻은 시간.

나도, 어쩌면 조금은 자란 것 같다.


20250417고무나무.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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