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이 널 너무 보고 싶어 해

사랑을 가장 오래 붙잡고 있는 건 눈이다

by Heba

녀석을 떠나보낸 지 몇 해가 지났는데도, 여전히 나는 녀석을 그리워한다.

그리움은 마음에서 시작된다고 믿었지만, 이상하게도 녀석을 그리워할 때마다 아프고 절실했던 건 내 '눈’이었다.

뇌가 아닌 눈이, 정말 녀석을 보고 싶어 했다. 감정이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것이라면, 나는 왜 눈으로 울고, 눈으로 녀석을 그리워했을까.

어느 날, 너무나도 보고 싶었던 녀석을 떠올리며 울먹이듯 나는 속삭였다.

“내 눈이 널 너무 보고 싶어 해. ”


손으로 눈을 꾹 누르면 눈 주변으로 둥근 형태가 느껴진다.

각막이나 동공, 수정체 같은 중심이 아니라, 눈을 감싸고 있는 뼈와 피부 쪽, 그 경계에서 묘한 감각이 올라온다.

녀석을 그리워할 때면 늘 그 지점을 따라 시선이 흐르고, 눈의 테두리에서 녀석의 모습을 떠올렸다.

마치 그 둥근 윤곽선 안쪽이 아니라 바깥쪽, 그 끝자락

어딘가에서 녀석이 다시 나타날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이상하게도, 그리움은 뇌에서 시작되지 않았다.

그건 내 눈에서 시작된 감정이었다.


녀석은 내 삶에서 가장 가까이 있었던 존재였다.

매일 마주하고, 눈빛을 나누고, 말없이 서로를 이해하던

시간들.

그래서일까, 녀석이 떠난 뒤에도 나는 습관처럼 안방으로 들어가 보고, 침대 위를 바라보며, 낯선 소리에도 눈을 돌렸다.

눈은 언제나 녀석을 찾고 있었고, 뇌는 그제야 ‘아, 네가

없구나’ 하고 뒤늦게 알아차렸다.

세상이 뿌옇게 보이는 날이면, 나는 내가 우는 게 아니라

눈이 먼저 울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눈은 늘 먼저 반응했다.

녀석을 가장 가까이에서 바라봤던 기관이기에, 녀석의 부재를 가장 먼저 감지했던 것도 눈이었으리라.


지금도 나는 가끔 무지개 다릴 건넌 녀석을 향해 말을 건다.

“눈이 널 너무 보고 싶어 해.”

그 말은 내 마음의 언어이기도 하지만, 진심으로 내 눈이 전하고 싶은 말 같기도 하다.

녀석과 보낸 날들은 기억 속에 고이 남아 있지만, 눈은

기억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듯 여전히 녀석을 찾는다.

그래서 나는 알게 되었다.

진짜 그리움은 마음보다 눈이 먼저 알아채는 것이라고.

눈은 녀석의 마지막 모습을 담고, 녀석의 온기를 가장 가까이서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사랑을 가장 오래 붙잡고 있는 감각은 결국 눈이라는 걸.

나는 오늘도 눈으로 녀석을 그리워한다.


2018년 두물머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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