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그 녀석이 남긴 온기
오늘은 늦잠을 잤다.
어제 일이 밤 11시가 넘어서야 끝났고,
정신없이 곯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새벽녘, 어렴풋이 날이 밝기 시작하던 그 시간.
잠결에 몸을 왼쪽으로 돌리며 누우려던 순간, 내 몸에 닿는
따뜻한 감촉이 있었다.
그 녀석이었다.
등에서 전해지는 따스한 체온. 그건 분명히, 늘 내 옆에 누워
자던 녀석의 등.
17년 동안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내게로 와 등을 대고
잠들었던 그 녀석.
그리워도 안을 수 없던 녀석을 나는, 아무 의심도 없이
오른팔로 끌어안았다.
마치 매일 그래왔던 것처럼.
꿈일까, 생시일까.
녀석은 이미 두 달 전, 별이 된 나의 반려견.
그런데도 분명히 내 옆에 있었고, 나의 품에 있었다.
내가 녀석 안았을 때의 그 느낌, 그 감촉이 살아
있었다.
눈을 떴지만, 눈앞의 진실은 확인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녀석의 온기를 더 느끼고 싶었다.
하지만 나를 덮어주던 이불이 녀석의 몸집만큼 한쪽으로
몰려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나는 이불 위에 올려둔 팔을 조심스레 내려놓았다.
그럼에도 나는 실망하지 않았다.
그 짧은 찰나, 나는 녀석을 기억으로 떠올린 것이 아니라
피부로, 감각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그건 살아 있을 때처럼 또렷했다.
나는 다시 잠에 들었다.
아침 10시가 넘어 일어났을 때, 멍하니 앉아 녀석을
떠올렸다.
이미 재가 되어 공중으로 날아간 녀석.
나는 생각했다. 나도 언젠가 죽고 화장되면 내 육체도 공기
중으로 흩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지상에서의 모든 기억은
사라지겠지.
아팠을 때 수면마취나 전신마취로 잠들었던 그 순간들처럼,
죽음도 아마 그렇게 아무것도 느낄 수 없는 상태일 것이다.
그러니 녀석도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겠지.
이 생각에 가슴이 저려왔다.
삶은, 우주의 시간에 비하면 티끌보다 작다.
그 짧은 시간 속 생명을 부여하는 신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나는 200년을 살고 싶은 건 아니다.
그저 생이 짧았던 녀석과 더 많은 것을 해보고 싶었던
것뿐이다.
함께하고 싶은 게 많았는데, 다 못해줘서 아쉬울 뿐이다.
오후 6시 58분.
설명을 많이 해서 입도 아프고, 머리도 어지럽다.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 힘든 날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녀석을 안고 위로를 받았을 것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녀석을 안고 있으면 그 모든 힘듦이
사라졌다.
그래서 나는 녀석을 ‘피로 해소견’이라고 불렀다.
“피로 해소견, 이리 와...”
이 말이 자꾸 귓가에 맴돈다.
오늘, 사진 속 잠든 녀석의 모습은 너무도 사랑스럽다.
가까이 다가가 녀석을 들여다본다. 예전처럼.
그때처럼, 코 고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 사랑해. 절대로 잊지 않을게. 보고 싶어. 아주 많이.’
오늘 하루가 끝났다.
밤 11시 50분. 피곤하고 어지럽다.
그런데 그리움은 아직 선명하다. 오늘도 내 꿈에 와줘.
-2011년의 일기에서
지금은 무엇이 되어 있을까...정말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