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별로 떠나기 전날, 기적 같은 새벽

6082일, 강아지별로 떠난 반려견 이야기

by Heba

[이 글은 오래전 반려견이 강아지 별로 떠나기 전날 새벽.

함께 했던 기적 같은 시간을 기록했던 일기다.]


새벽 4시경이었다.

고막을 찢는 듯한 비명 소리에 잠에서 벌떡 깼다.

녀석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이다.

불길한 예감과 함께 몸이 반사적으로 반응했다. 불부터

켰다.


내 머리맡에서,

녀석은 목에 핏대를 세운 채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크게 벌린 입, 동그랗게 뜬 두 눈.

비명을 지르며 괴로워하는 녀석을 얼른 안았다.


"어떡해, 어떡해..."

내 입에선 그 말만 되풀이됐다.

녀석은 내 품에서 죽을 것처럼 울부짖었고,

나는 무엇을 해야 할지 떠올리지 못했다.


녀석의 작은 심장은

마치 곧 폭발할 화산처럼 격하게 뛰고 있었다.


두려웠다.

정말 죽을까 봐.

엄마를 불렀다.

만약 이게 마지막이라면, 엄마와도 작별 인사를 나누어야 할

것 같았다.


깊이 주무시는 엄마를 놀라게 할까 조심스러워,

나는 안방 문을 향해 낮고 조용하게 엄마를 불렀다.


'무슨 일이 생기면 밤이든 언제든 전화하라'던

수의사 말이 떠올랐다.

핸드폰을 잡았지만 손이 덜덜 떨리고

비밀번호도 떠오르지 않았다.


몇 번을 틀려 겨우 열었지만

전화번호를 찾는 데도 시간이 걸렸다.


별빛이 사라진 밤,

내 눈앞엔 촛불 하나가 켜져 있는 듯했다.

나는 점점 작아지는 촛불을 바라보다가, 문득

좁고 어두운 터널 입구를 향해 가는 것을 알았다.


코끼리가 내 심장을 밟고 있는 고통이 느껴졌다.

나는 본능적으로 촛불의 불씨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바람을 불어넣어 활활 타오르게 해주고 싶었다.


그 촛불은,

녀석의 생명이었다.


꺼져가는 걸 두고만 볼 수 없었지만

내겐 아무것도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나는 그저,

숨이 멈추는 것을 고스란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녀석을 끌어안고 있던 나와 엄마는 서로

소리 없이 울고 있었다.

이 녀석은 비록 반려견으로 태어났지만 나에겐

오랜 시간 동안 서로 의지하고 살았던 자식 같은

존재였다.


"그동안 고마웠어... 정말 고마웠어.

죽지 마... 제발 죽지 마..."


녀석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내 마음과 말이 전해지기를 간절히 바라며.

고맙단 그 말은, 정말 꼭 전하고 싶었다.


이별의 시간은 너무 두려웠다.

녀석을 보내고 싶지 않았다.

녀석도 분명 나와 헤어지고 싶지 않을 텐데...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내 말을 들은 걸까?

녀석의 입에서 "꾹" 소리가 났다.

작고 여린 소리 한마디에 이어서 녀석의 심장박동이

서서히 느려졌다.

녀석을 고통 속에 몰아넣었던 불규칙하게 뛰던 그

심장박동이 평소대로 돌아온 것이다.


지옥 같던 순간이 기쁨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엄마는 안심하시며 녀석을 자리에 눕히라고 하셨지만,

나는 녀석을 한참이나 품에 안고 있었다.


나는 녀석의 귀에 대고 훌쩍이며 말했다.


“우리… 오래 같이 살자. 알았지?”


녀석은 내 말을 알아들었다는 듯

허공을 향해 바라보고 있던 눈을 움직였다.

그때가 아마 새벽 6시쯤이었을 것이다.

날이 서서히 밝아오고 있었으니까.


잠든 녀석 곁에

이불의 끝자락만 끌어다가

녀석의 몸, 그리고 내 다리 위에 덮었다.

그렇게 둘이 나란히 잠이 들었다.


차가운 1월의 마지막 새벽이었지만,

참을 수 있을 만큼의 추위였다.


아침에 엄마가 녀석을 유모차에 태워 병원에

다녀오셨다.

병원에서는 반나절 입원만 된다고 했다.

병원에서 돌아온 녀석을

내가 일하는 의자 뒤편에 자리를 마련하고 눕혔다.


일하는 중간중간 뒤돌아보며 자는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새벽에 아팠던 녀석답지 않게 평화롭게

잠들어서 행복했고, 내 곁에 있어서 행복했다.


2008년 1월1일 복사본.jpeg

2008-01-01 새해 첫날 새벽에... 책 위에 턱 올리는 걸 좋아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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