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82일 강아지별로 떠난 반려견 이야기
[이 글은 오래전 반려견이 강아지 별로 떠나던 날,
새벽 2시부터 병원문을 나서기까지 함께했던 시간을
기록했던 일기다.]
2월 1일
새벽 2시경.
내 옆에서 곤히 자고 있던 녀석의 몸이 또다시 꿈틀대기
시작했다.
부정맥이 다시 찾아온 것이다. 급히 불을 켜고, 녀석을
안았다.
어젯밤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비명을 심하게 지르지 않았다.
나는 다시 조용히 엄마를 불렀다.
" 엄마, 또 그래..."
녀석의 몸은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입안에서는 거품이
나기 시작했다.
엄마는 휴지로 입가에 흐르는 침을 닦아주셨다.
"엄마, 수건 좀..."
침이 수건으로 닦아야 할 만큼 흘렀다.
벽시계를 쳐다봤다. 20분이 지나도록 경련은 멈추지
않았다.
부담 갖지 말고 아무 때나 전화를 하라던 수의사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급한 마음에 114에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이 새벽에 응급 진료가 가능한 동물병원은 없었다.
경련이 시작된 지 1시간이 지났다. 도저히 멈출 기미가
안 보였다.
새벽 3시, 수의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30분 뒤에 다시 전화해 달라고 했다.
나는 녀석을 안고, 그 30분을 또 기다려야 했다.
"제발.. 제발 멈춰라... 엄마, 목이 탈 거야... 물! 물 좀 줘..."
엄마는 주사기에 물을 담아 경련이 잠시 멈출 틈에 녀석의
혀에 적셔주셨다.
거품을 너무 많이 흘려서인지, 긴 시간 경련에 지쳐 녀석은
탈진한 듯 보였다.
눈은 허공을 향해 멍하니 떠 있었고, 혀는 힘없이 늘어져
있었다.
몸은 계속 떨었다. 어제와는 다르게, 상태는 분명 더
심각했다.
1분이 한 시간처럼 느껴졌다. 30분이 지나자마자 전화를
걸었다.
수의사는 새벽 4시까지 병원으로 오라고 했다.
" 우리 살았어. 병원으로 오래!"
살릴 수 있다는 희망에 전화를 끊자마자 급히 준비를
시작했다.
1초라도 빨리 병원으로 가고 싶었다.
엄마는 케이지에 녀석의 빨간 담요를 깔아주셨다.
경련으로 뻣뻣해진 앞발 때문에 녀석의 분홍 토끼 옷은 쉽게
입혀지지 않았다.
엄마의 도움으로 간신히 옷을 입히고, 케이지에 조심스레
눕혔다.
케이지 끈을 어깨에 메고, 엄마와 함께 택시를 타러 나갔다.
다행히도 새벽 4시의 공기는 그렇게 춥지 않았다.
택시 안.
고통을 이겨내며 내는 녀석의 신음 소리는
마치 내 심장을 찌르는 것처럼 아팠다.
"조금만 참아줘. 곧 도착해."
작은 몸으로 이토록 큰 고통을 견디는 녀석이 안타깝고 또,
미안했다.
병원에 도착해, 컴컴한 입구 계단에 서서 엄마와 함께 수의사를 기다렸다.
내 품에 담요에 싸인 채 안겨 있는 녀석은
집에서처럼 심한 경련은 아니었지만,
'학... 학...' 하는 숨소리 속에 엄청난 고통이 느껴졌다.
새벽 4시.
수의사가 도착했고, 나는 안도했다.
응급처치를 받으면 괜찮아질 것 같았다.
그때까지도 나는 안락사라는 단어를 떠올리지 않았다.
진찰대 위에 담요째 눕히고, 녀석의 옷을 벗겼다.
수면마취에 들어가자 곧 평화롭게 잠이 들었다.
그 모습을 보자 그제야 안심이 되었다.
담요를 끌어다 허리까지 덮어주고,
옷에 달린 모자를 베개 삼아 녀석의 머리를 얹어주었다.
추울까 봐 머리 뒤까지 덮고, 얼굴을 쓰다듬고 뽀뽀도
해주었다.
" 이 정도면 괜찮아질 겁니다."
수의사의 말에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녀석은 30분 넘게 잠을 자고 있었고 수의사는 집에
데리고 가서 재워도 된다고 했다. 사실은 더 있고
싶었다.
하지만 수의사도 잠을 자야 하기에 어쩔 수 없었다.
반나절 입원만 가능한 병원이라는 걸,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이 병원을 오래 다니지 않았을
것이다.
단지 응급을 대비하고, 가까워서 다녔을 뿐.
예전에 녀석에게 요도에 돌이 생겨 수술할 때,
1주일 동안 입원시킨 병원으로 다녔을 것이다.
수의사는 혹시 몰라 수면 마취 주사를 하나 주셨다.
아파하면 놓으라며 주사 놓는 법도 알려주셨다.
나는, 이 주사를 쓸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랐다.
2월 1일 오전 8시 32분. 집에서의 마지막 아침.
PS: 우베시, 일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