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82일, 강아지별로 떠난 반려견 이야기
[이 글은 오래전 반려견이 강아지 별로 떠나던 날,
집에서 있었던 마지막 아침 시간을 기록했던 일기다.]
새벽.
수면 마취로 잠든 녀석을 케이지에 넣고, 동물 병원에서
집으로 돌아왔다.
불과 몇 분 전까지도 병원 계단 위, 어둠 속 내 품에서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던 녀석이었다.
빨간 담요 위에 잠든 녀석을 케이지 안에서 조심스럽게 꺼냈다.
혹여 잠에서 깰까 봐 숨소리조차 낮췄다.
죽음과 사투를 벌이고, 고통의 끝자락까지 다녀온 몸은 눈
뜨고 보기 힘들 만큼 초췌했다.
정말 위험한 순간이었지만, 그래도 고비는 넘긴 듯 보였다.
녀석 옆에 나란히 누웠고, 나도 그 옆에서 잠이 들었다.
오전 8시.
연이틀 새벽마다 아픈 녀석을 지키느라 씻지도 못한 채
지냈다.
오늘 오전엔 아이들과 수업이 예정되어 있었다.
“오늘은 못 해줄 것 같아, 다음에 해줄게.”
이 말을 하고 싶었지만, 소심한 나는 결국 끝내 입을 열지
못했다.
간단히 씻기 위해 수영장에 다녀올 생각으로, 녀석을 안방에 눕혔다.
늘 나를 기다리던 그 자리에 말이다.
그런데, 방을 나서자마자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수면 마취가 서서히 풀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컹, 컹!
울부짖는 소리는 너무 커서 계단 아래까지 울려 퍼졌다.
이미 어떤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다만, 오로지 병원이 기적처럼 당장 문을 열어주기만을
바라며 마음속으로 기도만 했다.
오전 9시경.
수영장문을 나서고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출입문 아래로도 짖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나는 황급히 계단을 뛰어올라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달려들어갔다.
“고구마 먹이려고 쪄놨는데, 먹지도 않는다.”
엄마의 말에 코끝이 찡해졌다.
녀석이 가장 좋아하던 음식 중 하나가 고구마였다.
없어서 못 먹던 걸, 오늘은 아파서 입도 못 댔다.
엄마는 기운 차리라고 고구마를 쪄두신 것이다.
그 말은, 이 순간까지도 안락사를 전혀 생각하지 않으셨다는
뜻이기도 했다.
고구마뿐만 아니라 좋아하는 건 진작에 많이 먹게 해 줄 걸.
“녀석과 보낸 수많은 시간, 후회 없는 기억만 남기자.”
그렇게 다짐했는데, 이렇게 후회하는 내가 바보 같다.
안방으로 들어가자, 녀석의 입가에 다시 거품이 맺혀
옆으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엄마는 이미 수건을 베개 위에 깔아 두셨고, 수건은
침으로 축축해져 있었다.
나는 안다.
녀석에게 지금 이 시간은 견디기 힘든 고통의 시간이라는
걸.
어디선가 본 적 있다.
인간에게 하루는, 개에게는 일주일과도 같다고.
그 긴 시간을 아픔으로 채우게 하고 싶지 않았다.
결국, 새벽에 병원에서 받은 수면 마취 주사를 놓기로 했다.
마음은 급한데 눈물이 앞을 가려 바늘구멍이 잘 보이지
않았다.
엄마가 대신 주사를 놓으셨고,
녀석은 잠에 빠지면서도 고통을 느끼는 듯,
끙끙 앓으며 작은 몸을 떨었다.
생명이 꺼져가는 이 순간을 붙잡고 싶었다.
가능하다면 시간을 되돌려,
녀석이 아프지 않았던 과거로 돌아가고 싶었다.
오늘, 정말 이별이어야 하는 걸까.
녀석을 끌어안고, 울고 또 울었다.
동물 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수의사는 오전 10시 30분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했다.
입원부터 시켜보고, 상태를 보고 나서 결정하자고 했다.
유모차를 꺼냈다.
빨간 담요를 깔고 녀석에게 패딩을 입히고 눕혔다.
병원 문 여는 시간에 맞춰 아프지 않게 해주고 싶은 마음만
있었다.
엄마는 유모차 누운 녀석을 데리고 병원으로 가셨다.
그게 녀석이 지난 17년 동안 살았던 집에서 내가 본
녀석의 마지막의 모습이었다.
5월13일 화요일, 오전 7시, 강아지별로 떠나던 날, 마지막 3화가 올라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