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82일. 강아지별로 떠난 반려견 이야기
[이 글은 오래전 반려견이 강아지 별로 떠나던 날,
강아지 별로 떠난 날을 기록한 일기다.]
병원에 입원시킨 녀석이 걱정되어 아침부터 전화를 걸었다.
수의사는 부정맥에 간질 증상까지 겹쳐 녀석이 많이
힘들다며, 편안하게 보내주는 것을 생각해 보라고 말했다.
머리로는 보내줘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내 숨과 눈물은 안락사를 거부하고 있었다.
"가서 보고 결정하겠습니다."
내 말에 수의사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지금 결정하셔야 합니다."
녀석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는 걸 알면서도, 이틀 동안
수의사가 보여준 나와 녀석에 대한 태도는 이미 실망을
넘어 불신으로 변해 있었다. 우리를 위한 조언이 맞나?
화장 일정은 오후 6시가 마지막이고, 돌아오는 막차는
8시라는 말에,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 6시 마지막 화장
으로 결정해 버렸다.
아침에 병원에 데려갔을 때 입혀줬던 패딩 점퍼와 빈
유모차만 덩그러니 챙겨 돌아온 엄마.
"엄마, 2시에 병원에 들러서 꼭 보고 가야겠어. 혹시
모르니까."
오후 2시, 병원에 도착했을 때 녀석은 작은 몸에 링거를
꽂은 채 더 힘없이 누워 있었다.
입안에는 검푸른 거품이 계속해서 쏟아져 나왔고, 몸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탈진 상태임이 눈에 훤히 보였지만, 그래도 바랐다.
'아파도, 나를 알아봐 줬으면 좋겠어.'
아크릴 상자 앞에 쪼그리고 앉아 녀석의 몸을 만져줬다.
이제 두 번 다시 만질 수 없는 녀석의 몸을 내 손이
기억하도록, 엉덩이, 허벅지, 얼굴을 어루만졌다.
나 일하러 가면 엄마가 몰래 짧게 깎아놓던 녀석의 털,
떠는 몸이 고통 때문인 걸 알면서도, 괜히 추워 보이는 게 속상했다.
마지막일 것 같다는 예감이 가득했지만, 나는 녀석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꼭 다시 올게. 약속이야.'
하지만 이것이 내가 녀석과 함께한 마지막 시간이었다.
나는 녀석과 한 약속을 끝내 지킬 수 없었다.
나는 중요한 일로 엄마와 외출을 해야 했고, 오후 4시쯤에 엄마만 먼저 녀석에게 가야만 했다.
혹시 몰라서 디카를 엄마 가방에 넣어 드리며, 녀석을 많이 찍어달라고 눈물로 부탁했다.
아픈데 병원에 혼자 남겨져 있는 녀석을 생각하니 너무 미안했다.
귀가 안 들려도 내 목소리를 듣고 싶을 녀석, 아파도 귀를 쫑긋 세울 녀석, 눈이 안 보여도 내가 보고 싶을 녀석.
내 눈에서는 수도꼭지를 튼 듯 눈물이 쏟아졌다.
"그 녀석, 털 좀 잘라 보내주세요."
전화로 횡설수설한 내 말에 수의사는 냉정히 말했다.
"지금은 미용이 안 됩니다."
"아뇨... 꼬리털이라도 조금만 잘라서 엄마 편에 보내달라고요..."
집에서 털 잘라 줄 때마다 조금씩 모은 녀석의 털을 새로 모은다고 다 버린 게 후회된다.
병원까지 택시로 20분 거리였지만, 설 연휴 시작이라 도로는 꽉 막혀 있었다. 길 위에서 머뭇거리며 촛불 타들어 가는 것처럼 내 속도 타들어 갔다.
서서히 시간은 흐르고, 결국 밤 7시가 넘어서야 집에 돌아왔다.
아침에 입혀줬던 녀석의 옷과 담요를 끌어안고, 미친 듯이 녀석의 이름을 불렀다.
엄마는 지친 얼굴로 녀석의 유골함을 들고 집에 돌아오셨다.
하얀 보자기에 싸인 그 작은 단지를 받아 들었을 때, 모든 것이 믿기지 않았다.
하얀 형광 불빛이 내가 있는 방 안을 갑자기 노랗게 물들었다가 사라졌다.
'부디... 꿈이었으면 좋겠어. 누군가 이건 꿈이라고 말해줬으면 좋겠다.
아니면 내가 아무것도 기억할 수 없는 세상으로 사라졌으면 좋겠어.'
녀석과의 이별이 너무도 잔인했다.
마음의 준비도 하지 못했는데, 이렇게 갑자기 떠나다니.
봄이 오면 건강검진받게 해 주려다 돈이 없어 미뤘던 게
후회가 되고 녀석에게 너무 미안해서 미칠 것 같았다.
마지막 길은 꼭 내가 지켜주고 싶었는데, 녀석은 홀로 그렇게 떠나버렸다.
17년 동안 나를 행복하게 해 주고, 마지막엔 이렇게 큰
슬픔도 남겨주고.
너무나 야속하고, 너무나 고마웠던 녀석.
'잊지 않을게. 죽는 순간까지도 기억할게.
다음 생에는 내 아들로 태어나서, 꼭 다시 만나자.
진심으로 많이 사랑했다. 안녕... 잘 가.
살면서 많이 보고 싶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