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82일. 강아지별로 떠난 반려견 이야기
반려견이 강아지별로 떠난 지 5일째 되는 날이다.
아직은 추운 2월. 해가 기지개를 켜려는 시간.
밤의 끝자락이 닿을 순간, 나는 눈을 떴다.
겨울 창밖은 어두웠고, 뒤틀려진 나무 창틀과 창문
사이에서 찬바람이 들어오는 게 느껴졌다.
내 몸을 감싼 건 차가운 공기와 적막뿐이었다.
공기가 콧속 깊이 들어가 벽에 닿을 찰나,
그리움으로 스며들었다.
숨결에 녹아든 그리움은 사방으로 번지고는
흔적 없이 사라졌다.
그리움은 숨결이었다.
내가 살아있기에, 느낄 수 있는 것이었다.
잠시 눈을 감고 있는데 녀석이 떠올랐다.
노란 니트를 입은 녀석...
내가 일어난 걸 알고, 휘청거리는 걸음으로 나를 보러 온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이리 와. 보고 싶었어.'라는 말을 마음속으로만 말했다.
새벽, 잠은 오지 않았다.
일어나 앉았다. 어젯밤, 엄마 몰래 녀석의 유모차에서 꺼냈던 녀석의 옷이 없어졌다.
잠들기 전, 왼팔로 안고 잠이 들었는데 언제 밀려났는지.
이불속에서 분홍색 양털 토끼 모자 옷을 발견했다.
먼지라도 묻을까 봐 얼른 주웠다.
강아지별로 떠나던 날, 녀석이 마지막으로 입었던
옷이라 애틋하다.
혹시나 녀석의 냄새 흔적이 남아있지 않을까.
옷을 코에 가까이 대고 흠흠 거렸다. 냄새가 없었다.
털 냄새가 없는 녀석이었다.
한 번도 털에서 냄새를 맡아본 적은 없었다.
기대하지는 않았어도 냄새가 나기를 바랐다.
무향 털. 그래도 좋았다. 녀석이 입었던 옷이라서.
옷을 가슴과 두 팔로 끌어안았다.
옷을 입고 있는 녀석을 내가 안았을 때의 그 느낌을
팔이 원했다.
많은 시간 동안 안아주었고, 그때마다 머릿속으로
는 8~9 kg 숫자를, 팔은 근육에 느껴지는 무게감 정도
를 가늠했었다.
이제는 녀석 무게감을 느낄 수 없지만 옷의 감촉을
내 피부만이 느꼈다.
이 느낌마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까 봐
벌써부터 두렵다.
오늘은 사진을 정리했다.
학생들을 데리고 여러 곳을 다닌 사진을 보다가,
녀석이 나 없는 동안 항상 혼자 덩그러니 남겨져
있었구나.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얼마나 외로웠을까.
그땐 '먹고살아야 한다'는 생각뿐이라
녀석의 마음까지는 미처 헤아리지 못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아쉽고 미안하다.
하지만 이제와 돌이켜보면,
내가 그렇게까지 해주지 않아도 아이들은 나에게
공부하러 왔을 것이다.
아이들이 그만 다닐까 봐 끙끙 앓고 고민하지 않아도
될 일이었다는 거.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동안에도
녀석을 밖에 데려가지 못한 미안함은
늘 마음속에 남아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미안함을 어떻게 전해줘야 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