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요 속의 그리움

6082일. 강아지 별로 떠난 반려견 이야기

by Heba

[ 14년 전, 반려견을 강아지별로 떠나보낸 후 쓴 일기 ]


반려견이 강아지별로 떠난 지 6일째다.


어젯밤에도,
엄마 몰래 녀석의 빨간 하트 무늬 담요를 품에 끌어안고

잤다.
녀석이 덮고 잘 때, 그 위에 손을 얹고
엉덩이를 두드려 주고, 등을 쓰다듬어 주던 그 느낌이
견딜 수 없이 그리웠다.

언제 잠이 들었는지 기억은 없지만,
분명 담요를 안고 잠들었다.

아침이 와 눈을 떴을 때,
눈물 마른 수건이 베개 옆에 놓여 있었고,
녀석의 담요는 여전히 내 팔에 꼭 안겨 있었다.

분홍색 토끼 모자 옷을 입은 녀석이
옆에 자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없다는 걸 알면서도 조용히 이름을 불러봤다.

“조니?”

내가 깨면 녀석도 깨고,
곁으로 다가와 코와 머리로 이불속을 파고들던 모습이
오늘 아침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그리웠다.

늦은 오후,
우연히 녀석이 일곱 살 때. 내가 쓴 일기를 발견했다.

나의 팔을 베개 삼아 잠들려는 녀석.
쭉 뻗은 앞발을 내 손으로 감쌌다.
내가 손을 오므리면 만들어지는 주먹만 한 발.
언젠가는 이별로 세상에 없어도 기억해 줘야지,
녀석의 작은 발.
요즘같이 햇볕이 따뜻한 날,
산책을 못 시켜주는 것이 미안해서
내일 아침에는 산책시키겠다고 다짐하고,
아침이 오면 다짐을 잊는 나.

아침마다 잊어버려 답답했던 날들.
일기를 썼던 그 순간의 생생한 기억이
지금 이 순간, 가슴속에서 되살아났다.

예전부터,
고단한 하루를 마감하고 잠들기 전에
늘 하던 버릇이 있었다.

눈을 감고,
눈에 보이지 않아도 기억이 나도록

토실하고 뭉특한, 털양말 신은 발을 꼭 쥐어보고,
우둘두둘 굴곡진 등뼈도 꼼꼼히 더듬어 보고,
갈비뼈 개수는 내일 연필로 적어두겠다고 하나하나 세어보고,
꼬리의 굵기도 내 손 한아름인지 가늠해 보고,
두 눈 꼭 감고 자는 얼굴의 크기를 재보다가
스르르 잠이 들곤 했었다.

아마도,
녀석의 따스한 체온이 지친 내 몸에 전해지고,
부드러운 털의 촉감이 내 얼굴을 지나
마음까지 편안하게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리라.

녀석이 없으면, 나 혼자 어찌 잘까 싶었지만
15살쯤 되었을 무렵,
녀석은 혼자 자고 싶어 하는 날이 많아졌다.

털이 많아서 더웠던 걸까.
그래도 잠을 잘 때면,
녀석은 내 몸 근처를 떠나지 않았다.

언제부턴가,
팔에 머리를 올려주면 불편한 듯 살짝 피했고
그 모습이 서운했지만,
그저 옆에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시간들.

멈춰버린 시간 속의 녀석.
추억이 흐르는 시간 속의 나.
그리고 점점 멀어지는 삶이
문득, 두렵다.


사진을 어떤 마음으로 찍었는지 다 기억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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