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82일, 강아지 별로 떠난(2)- 남겨진 물건들, 닿지 않는 시간
떠나는 아침, 엄마가 삶아주신 고구마도 입에 대지 않고
병원으로 향했던 녀석.
나는 아직 그 고구마를 버릴 수 없다.
사료도, 육포도, 모두 그대로 남아 있다.
걸을 수 없게 된 뒤 사준 유모차,
나, 일할 때 옆에서 쉬라고 사준 노란 침구,
목욕 후 몸을 감싸던 파란 타월,
엄마가 정성껏 고쳐서 만든 노란 니트,
여름용 민소매, 겨울용 파란 패딩 점퍼...
모든 물건이 녀석의 온기를 품고 있었다.
나는 이 소중한 것들을
하나도 버릴 수가 없었다.
녀석 전용 수건들은 곱게 개어놓고.
수건마다 묻어 있는 작은 기억들.
따뜻한 물로 목욕시키던 토요일 오후,
엄마가 수건을 들고 서 있던 욕실 문 앞.
빨랫줄에 널린 빨간 담요가 바람에 펄럭이고,
나는 핸드폰 사진들을 비밀 블로그에 올렸다.
그토록 나를 바라보고 따르던 작은 생명.
사진 속 녀석이 나를 바라보는 것만 같다.
강아지별로 떠나기 전, 마지막 사진을 보며
나는 스스로를 위로해 본다.
"잘 보내줬다고."
아직은 그렇게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