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82일, 강아지 별로 떠난 (1)- 텅빈 자리, 사라진 온기
약 기운에 정신없이 잠들었다.
꿈조차 꾸지 못한 깊은 잠.
눈을 떴을 때, 여전히 컴컴한 새벽이었다.
녀석은 더 이상 내 옆에 없었다.
늘 내 옆에서 잠들곤 했던 녀석인데,
텅 빈 잠자리를 손으로 쓸었다.
홀로 강아지 별에 잘 도착했을까.
나 없는 곳에서 혼자 잠은 잘 잘까.
아침밥이 눈물과 함께 넘어갔다.
밥 먹을 적마다 내 입만 바라보던
그 눈빛을 어떻게 잊을 수가 있을지.
그 소소했던 순간들마저
이제는 그리움으로만 남았다.
녀석의 흔적들을 하나씩 정리했다.
어릴 때 찍은 사진 액자, 칫솔, 치약, 밥그릇,
사료그릇, 약을 먹이던 주사기, 코에 발라주던
립밤, 심장사상충 약 세 알, 병원 영수증,
목걸이 세 개, 마지막 사진과 동영상이 담긴 디카.
이 모든 것들을 안방 선반에 조심스럽게 올려
두었다.
녀석이 세상에 살다 간 흔적만이라도
오가며 볼 수 있게.
아직 냉장고에는 귀약, 눈약, 유산균 약도 남아
있고, 사료도 많이 남아 있다.
떠나기 이틀 전, 내 손에서 받아먹어 준 사료.
그건 녀석이 남긴 마지막 인사 같았다.
그날, 그 작은 입이 내 손을 핥으며
오도독 소리를 냈던 그 느낌이,
지금도 손끝에 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