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감염이 확대되고 급변하면서 나의 일상을 많이 바꾸어 놓았다.
그리고 내 주변을 많이 흔들어 놓았다.
나의 일상생활을 살펴보자.
나는 수술 마스크가 익숙하다.
하지만 평상시 일상에서의 마스크는 거의 쓰지 않았다.
몸에 걸치는 것을 싫어해서 난 결혼반지를 포함한 액세서리를 하지 않는다.
지금은 출근할 때 필수품이 마스크가 되었고 나의 개인 공간을 벗어나면 반드시 마스크 착용을 하고 있다.
나의 차에도 한 장, 나의 주머니 속에 한 장이 꼭 들어 있다. 나를 보호하겠다는 것보다는 혹시 내가 가진 걸 남에게 퍼뜨리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먼저다. 아무래도 의료인이라 더 조심스러워지는 게 사실이다.
병동 환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입원환자이고 수술 환자라면 발열은 일정 부분 허용된다.
하지만 지금은 환자에게 발열이 생기면 혹시...라고 하는 마음이 생기고 환자에게 감기 증상이 있는지 물어보고 이전 같으면 일반적으로 넘어갈 것을 추가적으로 사진을 찍어 확인하고 독감 검사하는 등 추가 검사가 많아졌다.
수술 전 환자가 열이 나면 부랴부랴 감기 증상이 있는지, 확진자 동선이 겹치지는 않는지, 종교가 무엇인지 물어보는 것도 일상이 되었다.
또 병원에서 선별 진료소를 운영하면서 의사들은 진료시간 외에 돌아가면서 교대로 선별 진료를 담당하고 있고 간호사 분들과 원무팀, 감염관리실 직원 분들도 항상 함께 하고 있다. 지금은 감기 증상만 있어도 선별 진료소를 오시는 분들이 많아지면서 진료도 많이 늘었다.
최근에 암이 많이 진행하셔서 임종을 앞둔 어르신이 있었다. 예전 같으면 당연히 임종실을 마련하고 임종을 지키는 보호자들이 함께 있을 수 있게 해 드리지만 현재 감염 확산을 위해 보호자 면회를 제한하고 있는 상황이라 그 부분도 쉽지는 않았다. 또 보호자 분들이 대구 분들이라 감염관리실에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했다. 임종을 앞두신 것도 너무 안타까운데 이런 외적인 요인까지 신경 써야 하는 상황은 너무 가슴이 아팠다.
반드시 어떤 일에는 원인이 있기 마련이다.
지금 이렇게 많은 확진자가 나온 원인에 대해서 왈가왈부 많은 논쟁이 오가는 것 같다.
정치권은 정치권 나름대로 의사협회는 협회 나름대로의 원인 분석을 내어놓고 서로 유리한 쪽으로 해석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누구의 잘못을 따지고 있을 때는 아니다. 논공행상은 지금이 아니라 모든 일이 마무리 짓고 나서 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감염병이 이렇게 퍼지는 양상을 다들 처음 경험하는 일이라 초기에는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지금은 정부에서 중심을 잡고 방향을 맞게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투명한 정보공개와 적극적인 방역은 무분별하게 확산되는 바이러스에 대한 불안감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다. 부족한 병상과 부족한 의료 자원, 의료인력 부족 해소가 필요한 상황으로 이런 준재난 상황에서의 자원 분배는 컨트롤 타워가 세워지면 그곳에서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적절하게 의료자원을 분배해야 할 것이다. 그와 별개로 지금 자원봉사하시는 의료진 및 현지에서 애쓰고 있을 많은 분들에게 힘을 보태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나의 일상을 바꾸고 주변을 흔들어 놓은 이런 일이 과연 이번 한 번으로 끝날까?
단언컨대 아니다.
앞으로 더 다양한 감염병이 생길 것이다.
하지만 이제껏 그래 왔듯이 어떤 식으로든 인류는 또 극복을 할 것이다.
그럼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음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하고 발생 후에도 막을 수 있는 준비 해 놓아야 한다.
의료에서 이런 대비가 필요한 부분이 외상과 감염이다.
의료에서 외상과 감염은 참으로 계륵 같은 존재다.
외상과 감염은 평상시에는 수익이 적은데 비해 많은 자원 및 인건비가 들어간다. 쉽게 말해 한 사람을 치료하기 위해서 많은 의료진이 붙어야 하고 사용하는 재료, 검사도 많다. 하지만 그렇게 진료를 하고 회복해서 퇴원하고 나면 병원에서 청구해서 받는 수익은 얼마 되지 않거나 오히려 적자인 것이다.
하지만 외상과 감염은 항상 일이 발생하고 나면 왜 대비를 하지 않았냐고 묻게 되는 부분이고 이번 사태가 끝나고 나면 반드시 다시 나올 이야기 이기도 하다.
병원에서 의료에 대한 평가는 비용 대비 수익으로 평가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앞서 언급한 외상과 감염이란 부분은 평상시에는 수익이 날 수 없는 구조이고 무언가 일이 발생하여 진료를 본다고 해도 투여한 자원 대비 수익이 좋지 않다. 그래서 민간 병원에서는 무작정 늘리기가 어려운 부분이다.
정부가 민간병원에게 음압병실을 확충하도록 하고 외상센터를 짓고 인력을 채용하도록 하지만 사실 병원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처음에 정부 예산으로 그런 부분의 확충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정부에서 예산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거냐 묻는 다면, 일반적으로는 지속되지 않는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정부에서는 예산을 줄이면서 병원 자체적으로 수익을 가지고 충당하도록 한다. 그럼 병원에서는 수익이 안 되는 외상과 감염을 떠안고 다른 부분의 수익으로 운영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외상센터가 들어설 때 그러했듯이 이번 사태가 끝나면 분명 감염에 대한 대응을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이 제시될 것이다. 하지만 관심이 사라질 무렵이 되면 또다시 외상센터가 그러했듯이 용두사미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현 우리나라 의료는 공공의료 많은 부분을 민간의료에 의지하고 있고 수익이라는 측면에서 민간의료에서는 공공의료에 대한 투자가 항상 쉽지 않은 선택이다. 이렇게 자원이 많이 들어가는 부분의 경우는 국가적 차원에서 대비를 해야 하는 것이 맞는 것이 아닐까? 국가에서 운영하는 외상 및 감염 센터에서 지금 흩어져 있는 많은 행정적인 부분들을 흡수하여 단일한 체계로 정리한다면 추후 발생하는 문제에도 효율적으로 대비할 수 있을 않을까 한다. 이렇게 쉽게 이야기할 수 있지만 실제로 추진하는 것은 쉽지 않음을 잘 안다. 우리나라의 의료에 대한 투자하는 부분에 가장 아쉬운 점은 항상 단기적인 성과에 초점이 맞춰진 다는 것이다. 외상과 감염병에 대한 투자는 당장 성과를 드러내기 어려운 부분이다 보니 투자가 소극적인 것 같은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그리고 정권이 바뀌면 이전에 잡아 놓은 방향은 다 틀어지고 바뀐다는 문제도 있다. 의료 부분에 대해서는 정치나 정권과 상관없이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계획을 세우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지금도 TV에서는 속보와 확진자 수가 화면을 채우고 있다. 오늘도 많은 확진자가 나오고 사망자도 늘고 있다. 이 사태가 조속하게 정리되고 모두 건강한 모습으로 마스크를 벗고 웃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