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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언철 Dec 13. 2020

의학은 직업이 아니라 생활방식이다.

"의학은 직업이 아니라 생활방식이죠. 주어진 근무시간에만 하는 일이 아니에요. 계속 이어지는 삶의 경험이에요. 제겐 이게 인생이에요... 환자들이 어떻게 느낄까 이해하고 그 과정의 일부가 되는 거죠 무심한 의사로 남지 않고요. 무심한 의사는 진단을 내리고 환자들에게 예의상 적당히 잘해 준 다음 문제는 알아서 처리하라며 그냥 보내요.  저는 그 짧은 시간 동안만큼은 환자들 삶의 일부이기도 해요. 제가 함께 있는 순간에요. 환자들의 느낌을 공감해요.  저는 환자들과 행복도 나누고 일이 잘 안 풀렸을 때 괴로움도 함께 나눠요. 얼마나 깊이 관여했는지는 절대 몰라요."


 넷플렉스 다큐멘터리 'Surgeon's cut'에 나오는 fetal medicine (태아 의학)의 개척자인 Kypros Nicolaides 교수가 한 말이다. 본인도 혈액암에 걸려 언제까지 살 수 있을지도 모르는 노년의 의사가 본인이 가진 철학을 담담하게 인터뷰하는 모습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 너울 쳐 넘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나도 모르게 왈칵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태아를 살리기 위해 산모의 배를 통해 내시경을 넣어 치료하는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왔다. 어떻게 저런 생각을 했을까 또 어떻게 저런 수술을 할 수 있을까... 그건 태아를 살리겠다는 의사의 절박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태아를 뱃속에서 잃을 산모들의 아픔을 본인의 아픔과 같이 공감하고 어떻게 하면 그 아이들을 살릴 수 있을지에 대해 수많은 고민과 노력을 통해 태어난 치료법이었을 것이다. 수많은 아이들을 살리고도 본인의 일을 죽는 날까지 하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모습에서 본인의 생명을 다해서도 새로 태어날 태아를 살리겠다는 열정이 느껴졌다.


 나에겐 외래에서건 입원해서 건 잠시 잠깐 스쳐가는 환자이고 수많은 환자들 중 한 명이겠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긴 인생의 일부의 시간을 나와 공유하고 어쩌면 마지막 임종의 순간도 주치의인 나와 함께할 수도 있다. 나에게도 인생을 한순간 한순간 허투루 보낼 수 없는 이유를 다시 한번 상기해 보았다.


한번 더 환자와 보호자들의 기쁨, 슬픔 그리고 괴로움도 나눌 수 있는 의사가 되고 싶다.

그리고 환자를 살리겠다는 절박함으로 더 나은 술기와 더 나은 판단으로 더 많은 환자를 살리고 싶다.

환자들과 암 치료의 험난한 길을 묵묵히 같이 이겨낼 수 있는 의사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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