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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ro Dec 17. 2020

환자와의 거리 유지하기

작년 6월 내가 64병동 근무를 처음 시작할 때 입원해서 64병동 근무가 끝나던 7월말 무렵에야 퇴원했던 환자가 있었다. 창상 합병증으로 봉합 수술을 반복하면서 두 달 동안 입원해 있으면서도 항상 웃음을 잃지 않던 환자였다. 장폐색으로 응급실로 내원하여 응급 수술을 시행했지만 패혈증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게 벌써 두 달 전 이야기란다.

대장암 간전이 위암 등으로 수차례 수술을 받으면서도 오뚝이처럼 일어서던, 유난히 애착이 가던 환자였다. 사망했다는 소식을 건너건너 처음 들었을 때, 정말 충격이었다. 언제까지고 웃어줄 것만 같던 환자였는데. 내가 두 달이나 애정을 쏟던 환자였는데. 그렇게 허무하게. 그렇게.


지난달 말 대장 천공으로 응급 수술 후 창상 합병증으로 장기입원중인 환자가 또 한 명 있다. 항상 웃어주고 항상 고마워하는, 대장암 말기인데도 늘 밝은 환자. 

여명이 일년이 채 남지 않았음이 분명한 환자. 내 목표는 오로지 창상을 빨리 좋아지게 만들어서 죽기 전에 퇴원시키는 것뿐이다. 이런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 환자는 여전히 나를 향해 미소짓고 나도 그 미소를 향해 미소짓는다. 


조금씩 가까워질수록, 조금씩 무섭다.

상처받는 게 두렵고, 체념할까 무섭다.


환자와 어느 만큼의 거리를 두고 가까워져야 하는 걸까.


(2010년 어느 날. 전공의 2년차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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