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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언철 Apr 22. 2021

슬럼프

슬럼프 (slump)

:자기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저조한 상태가 길게 계속되는 일.


슬럼프라고 하는  어쩌면 모든 사람들이 한번씩은 겪게 되는 아주 흔한 일이다. 물론 가볍게 넘어가는 경우도 있으나 아주 힘들게 극복하는 경우도 있다.


외과 의사로 일을 하다 보면 마찬가지로 슬럼프가 찾아올 때가 있다.

수술하고 합병증이 계속해서 생긴다던지, 수술 중에 문제가 발생한 다던지,  없이 일하다 번아웃 (burnout) 생긴다던지 아니면 개인적인 문제로 슬럼프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같은 수술장, 같은 의료진, 같은 수술 기구가 들어갔고 수술을 시행하는 술자도 같은데도 불구하고 수술 후에 합병증이 연달아 발생하는 경우도 있고...

장 문합부 누출이 생기기도 하고 상처 봉합부위에 문제가 생기기도 하며 수술한 주변으로 농양이 생기기도 한다. 그런 문제가 연이어 생기면 수술을 집도한 외과의사 입장에서는 심적으로 너무 힘들다.

무엇이 문제일까를 고민하고 이것도 바꿔보고 여러 가지 방식으로 바꿔도 보고...

수술 복기를 해보고... 선후배들과 의견도 나누어 보고...

그래도 이유를 잘 못 찾을 경우가 있다.

외과의사에게 찾아온 슬럼프는 가급적 빨리 극복하는 게 좋다.

슬럼프가 길어지면 환자들을 집도하고 치료함에 있어 외과의사로서 자존감이 떨어지고 자신감이 떨어지며 의욕이 사라지기도 때문이다.

전공의, 전임의를 거치면서 이따금 찾아온 슬럼프로 술을 먹으며 하염없이 푸념을 털어놓기도 했었다.

그렇게 힘든 시간이 지나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서서히 좋아지기도 한다.


내 환자들을 보고 집도를 하고 있는 지금도 슬럼프가 찾아올 때가 있다.

슬럼프 일 때의 문제는 지금 내가 슬럼프인지 모르게 찾아온다는 점이다.

정신없는 틈에 잠시 여유를 가지고 내 주변을 살펴보면 슬럼프에 빠진 나를 발견하고는 한다.

지금은 혼자서 끙끙대며 힘들어하기보다는 주변에 같이 일을 하고 있는 동료들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내가 힘들어하면 뒤에서 토닥여 주고 앞에서 끌어주기도 하며 가끔은 쓴소리로 나의 잘못을 지적해주기도 한다. 그래서 힘든 시간을 빨리 극복할 수 있는 것 같다.


모든 환자 분들에게 항상 최선의 컨디션으로 최고의 결과를 내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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