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적 통증 조절의 필요성
수술 동의서를 받는 중에 통증 부분에 이르러 어르신이 한 마디 하신다.
"통증은 참아야 상처가 잘 낫는 거 아닌교? 다들 그렇다던데..."
"어르신, 통증은 참는 게 오히려 몸에 더 스트레스를 줘서 안 좋아요. 수술 후에 아프시면 언제든 이야기해 주세요. 그럼 진통제 놔 드릴 테니까요."
"진통제 맞으면 안 좋다던데... 웬만하면 참아보지요 뭐."
"아니에요. 오히려 반대예요. 진통제 맞으시는 게 회복을 더 빨리 할 수 있어요. "
흔히 수술 후 통증은 상처가 낫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으로 생각하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시는 환자 분들이 많다. 그래서 진통제를 쓰는 것이 오히려 상처 치유를 더디게 하며 문제를 일으킨다는 속설을 믿고 있으신 분들도 자주 볼 수 있다.
하지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그 반대이다.
대장암 수술은 개복수술, 복강경 수술, 로봇 수술 등으로 다양하게 시행되고 있다. 어떤 방법으로 수술을 받으시더라도 수술 후에 발생하는 급성 통증은 피해 갈 수 없다. 물론 통증은 주관적으로 받아들이는 환자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말이다. 수술 후 통증이 발생하는 원인은 피부 절개에 따른 직접적인 손상과 수술 부위에 발생하는 허혈이 원인이다. 일반적으로는 남성보다는 여성이, 절개창이 클수록 그리고 젊을수록 통증을 더 크게 느낀다고 알려져 있다.
수술 후 통증 조절이 중요한 이유는 수술 후 회복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전신마취 후 3일 정도까지는 무기폐 (폐가 짜부라진 상태)로 인한 발열이 있을 수 있고 무기폐가 지속될 경우 폐렴이나 흉수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전신마취 후에는 폐활량계 (인스피로 미터, inspirometer)를 이용하여 무기폐를 방지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런 폐활량계를 사용할 경우 흡기 시 복부에 압력이 가해지고 수술부위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통증이 조절되지 않을 경우 폐재활이 잘 되지 않아 합병증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리고 통증은 주변의 소리나 시각적 자극이 줄어드는 야간에 조금 더 잘 느끼기 때문에 수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수면의 질을 떨어뜨린다. 수면의 질의 저하는 환자들의 컨디션 저하로 이어질 수 있고 회복을 더디게 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통증을 조절하는 방법으로는 수술 후 흔히 이야기하는 무통주사 (자가 통증 조절장치, Patient controlled analgesia, PCA)를 사용하게 된다. PCA의 경우 마약성 진통제가 일반적으로 포함되어 있어 구토, 구역감, 어지러움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고 심할 경우는 PCA 사용을 중단해야 할 수도 있다. PCA로도 통증이 조절이 안될 경우 추가적인 진통제 투여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이후 식이 진행을 하게 되면 경구로 일반적인 진통소염제를 사용해 볼 수 있고 조절이 안될 경우 경우 경구나 부착형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해 볼 수도 있다. 수술 후 발생하는 급성통증에 사용하는 마약성 진통제의 경우 단기간 사용하는 경우가 일반적으로 중독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수술 후 통증을 조절함에 있어 어려운 점은 통증을 참아야 암을 극복할 수 있다라던가 진통제를 많이 쓰면 중독되어서 계속 복용해야 된다라는 것과 같은 환자나 보호자 분들이 가진 잘못된 인식 때문인 경우가 많다. 앞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통증을 잘 다스리고 적극적으로 다스려야 회복에도 도움이 되고 일상생활 복귀도 빨라질 수 있다.
수술 후 통증은 참지 마시고 적절하게 조절받으시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의료진과 상의하여 적극적으로 조절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