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제가 아는 분이라서 잘 부탁드립니다"
"한 과장, 내 아는 지인인데 수술 좀 잘 부탁하네."
"과장님, 제 친척 분인데 잘 부탁드립니다."
병원에 근무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다 한 번쯤은 겪을 만한 일이다. 내가 아는 사람이건 친한 사람의 가족이건 한 사람 건너 아는 사람이건 모두 지인으로 통하는 분들의 부탁 말이다. 부탁을 받으면 신경이 더 쓰일 수밖에 없는 건 나도 인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그럼 글의 제목에 대한 힌트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VIP syndrome (VIP 신드롬)은 어떠한 질병을 가리키는 용어가 아니다. 어떤 식으로든 부탁받은 환자들이 일반 환자들보다 합병증이나 문제가 더 잘 생기는 것을 일컫는 의료진들이 만들어낸 용어다. 과유불급(過猶不及)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는 게 아닐까 한다. 너무 과하면 하지 않음만 못한 상태. 부탁받은 환자이기도 해서 뭔가 조금 더 신경을 쓰다 보면 원래 잘하지 않던 부분을 더 수술하게 된다던지 약을 조금 더 투여한다던지 너무 적극적인 시술을 고려한다던지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결과가 좋으면 다행이지만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가 있다.
부탁받은 환자 분들에게 조금 더 신경이 쓰이는 건 앞에서 이야기했듯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그래도 특별하게 더 무언가를 해드리려 노력하지는 않는다. 항상 하던 대로 항상 해왔던 대로 항상 생각하던 대로 하는 것이다. 의사가 환자에게 너무 과도하게 감정이입을 하던지 적극적으로 개입을 하게 되면 오히려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를 흔하게 볼 수 있다. 적정한 선을 유지하는 것. 그 적정한 선이라고 하는 것은 의사 생활이 길어짐에 따라 조금씩 선명하게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한 타협점을 찾아가는 와중에 환자를 너무 기계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은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
이번에도 부탁받은 환자가 수술을 잘 받고 퇴원하였다. 부탁하신 분께 경과를 설명드리고 잘 퇴원하셨음을 이야기드리고 잘 마무리 지었다. 의학이 발달하고 인공지능이 발달해도 결국 수술이라고 하는 건 의학적 결정이라고 하는 건 당분간 인간의 전유물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지켜야 할 선을 잘 구분해야 한다. 더 과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게. 그렇게 환자가 잘 치료되고 잘 퇴원할 수 있게 우리는 지금 줄을 타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