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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언철 May 11. 2023

대장암 수술 전후 식이진행

가스 배출은 중요하지 않아요.

"선생님, 수술 전에 장청소하고 아무것도 안 먹으니 배가 너무 고파요."


"선생님, 수술 끝나고 나오니 목이 너무 말라요."


"선생님, 물 마시는데 언제부터 밥 먹을 수 있어요?"


"선생님, 가스도 안 나왔는데 밥 먹어도 되나요?"


"선생님, 퇴원하고 죽 말고 밥은 언제부터 먹어야 돼요?"


 환자 분들이 입원해서부터 퇴원할 때까지 식사 진행과 관련해서 가장 많이 하시는 질문이다. 대장암을 치료하는 수술은 결국 우리 몸의 소화기관의 하나인 대장을 절제를 하고 봉합을 하는 등의 수술을 시행하는 것이다. 소화기관을 수술을 하는 것이고 소화의 과정 중에 하나인 대변이 만들어지는 대장을 수술을 하다 보니 식사진행과 관련된 궁금증을 많을 수 밖에 없다. 대장암 수술의 전처치 및 식이진행은 각 병원마다 차이가 있다. 그리고 조기회복 프로그램 (Enhanced Recovery After Surgery program, ERAS program)이 다양한 방향으로 개발이 되어 있고 이런 부분을 반영하여 식이진행을 진행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우리 병원에서 시행하는 과정을 기준으로 작성을 했다.


 환자 분들이 수술 2일 전에 입원하시게 되면 우선 물만 섭취하게 된다. 그리고 장정결제 복용하게 된다. 병원에 따라서는 수술 1일 전에 입원하여 장청소를 시행하는 경우도 있지만 2일 전에 입원하는 이유는 장정결제 복용 후 장이 붓거나 장정결제 복용하면서 전해질 불균형이 발생할 가능성을 대비하기 위함이다. 수술 1일 전에는 금식을 하게 되고 수술 동의서 작성 후 수술을 시행하게 된다. 수술 전 금식을 유지하는 이유는 마취와 관련이 있다. 전신마취의 경우 기도로 관을 넣고 인공호흡기를 연결하게 되는데 마취 후에 발생하는 위 내용물의 역류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ERAS program에서는 수술 전까지 위에서 대부분 흡수되는 탄수화물 성분의 음료를 드리기도 하지만 병원마다 차이는 있고 아직 많은 병원에서는 수술 전 금식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수술 당일에는 수술 종료 후 전신마취에서 깨고 회복을 하게 되는데 대부분 금식을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물을 우선 섭취를 하게 해 드릴 수 있다.  ERAS program에서는 수술 당일부터 물을 포함하는 가벼운 음식 섭취를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고령의 환자 분들이 수술을 많이 받고 있는 상황에서 마취에서 회복 후 협조가 잘 되지 않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섭취하면서 흡인성 폐렴 등의 위험이 생길 수 있어 금식을 유지하는 경우도 많다.


 환자 분들은 수술 다음 날부터는 물을 섭취하게 된다. 물을 포함하는 음식이 위장관에 들어가게 되면 자극이 되고 장의 운동이 촉진된다. 물 섭취 후 죽 식으로 진행을 하게 된다. 이때 환자 분들과 보호자 분들이 가장 궁금해하시는 부분이 가스가 나오지 않았는데 식사를 진행하는 것이다. 가스가 나온 후 식이진행을 해야 한다는 것은 오래된 믿음 중에 하나다. 가스라고 하는 것이 장운동이 돌아왔다는 척도로 보기 때문에 가스가 나오고 식이진행을 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가스가 나오고 나서 식이진행을 하지는 않는다. 여러 연구에서 빠른 식이진행이 수술 후 합병증을 낮추고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가 많이 되어 있어서 그런 연구를 증거로 하여 이른 식이진행을 하고 있다.  연령에 따라서 전신마취 후 장운동이 돌아오는 시간이 짧게는 2-3일에서 4-5일까지도 걸릴 수 있다. 그래서 이른 식이를 진행할 경우 환자 분들에게 자꾸 몸을 움직이시도록 격려하게 된다. 이른 식이를 진행할 경우 간헐적으로 장 마비가 발생하여 식이가 늦춰지는 경우도 있다. 그럴 경우 식이 진행을 늦추고 천천히 진행하게 된다.


 수술 후 정상적으로 회복이 진행된다고 하면 수술 후 1주일 정도면 퇴원 계획을 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입원 중에는 죽 식으로 진행을 한다. 환자와 보호자들은 퇴원해서 식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를 궁금할 수 밖에 없다. 퇴원 전 영양교육과 식이교육을 해드리는데 퇴원 후 다음 외래 내원 시까지는 죽 식을 유지하시도록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퇴원 후 죽 식 후 별 문제가 없다면 일반식으로 진행을 해도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다.


 환자 분들의 식이진행을 모두 동일하게 진행할 수는 없다. 어떤 상황에서 수술을 시행을 했는지, 수술장 소견도 살펴야 한다. 예를 들어 수술장 소견상 장이 막혀서 수술을 시행할 경우 장이 많이 부어있었다고 하면 식이진행은 천천히 진행할 수밖에 없다. 앞에서 언급했던 ERAS program의 경우도 우리나라와 서양의 식습관 및 문화의 차이도 있고 이를 시행하는 병원 마다도 제반사항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각 환자에 맞추어서 적용해야 한다.


 장을 수술하는 환자 분들의 식이진행은 민감한 사항이다. 금식이 길어질 수도 있고 금식을 한다는 것은 사람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식욕을 잠시 멈추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도 환자와 보호자 분들에게 오래된 고정관념들이 있다. 앞에서 언급한 가스 배출을 중요시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의학이라는 학문은 여러 연구결과들에 따라 변화가 되고 있다. 그래서 식이진행에 대해서도 일정 부분의 변화들이 있다. 많은 것이 변해도 변하지 않는 사실은 수술 후 운동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수술 후 운동은 별다른 것이 아니라 걷는 것이다. 수술 후 걷기는 장운동을 촉진하기 위해서도 합병증을 줄이기 위해서도 좋은 방법이다. 그래서 이른 식이를 강조하는 최근 추세에 맞추어 대장암을 수술받은 환자분들은 몸을 많이 움직여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꼭 알아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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