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와의 만남
2024년, 이룬 것 없는 채로 서른이 되었다. 무엇이 나를 그리도 불안하게 했을까. 무엇이 자꾸 나를 중간에 도망가게 했을까. 나는 사회에 제대로 섞이지 못한 채 서른이 되었다. 나는 참 보잘것없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과거의 나는 서른이 되면 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죽지 못한 채 살아있다. 그런 내가 성인 ADHD 검사를 하게 되었다.
성인 ADHD? 나는 ADHD 검사를 시작하면서부터 온갖 걱정을 했다. 내 모든 문제의 원인이 항상 내 탓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나는 이렇게 나태한 사람이 아니었다면? 늘 자책하던 스스로를 더 이상 질타할 수 없다면? 나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던 거라면? 난 원래 해낼 수 있는 사람인데, 묶여서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거라면? 지난 시간이 너무 아깝게 느껴지고, 과거의 나를 조금 더 들여다보지 않았던 지금의 나를 한없이 후회하게 된다면 어떡하지. 내가 사실 그렇게 못난 사람이 아니라면, 이미 늦었다고 질타받는 내가 통 속의 뇌였다면…?
그리고 성인 ADHD 판정을 받았다. 내가 ADHD라는 것은 더욱 큰 절망으로 다가왔다. ADHD를 치료해서 나아질 생각보다, 앞으로 늦었다는 말속에서 겨우 내 길을 찾아나갈 내 모습에 자신이 없었다. 나는 뒤돌아서면 이전에 남이 해준 말도 자연스럽게 그 사람에게 새로운 사실을 알리는 것처럼 말하는 사람이 되었다. 차라리 멍청한 내가, 대학에서도 도망친 내가, 조기 치매라도 오는 건 아니었을까. 차라리 그래서 모든 걸 잊을 수 있다면 행복하지 않았을까. 그냥 내가 잘못 살아온 거라 죽음을 택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2025년이 된 지금까지도 나는 ADHD 약을 꾸준히 챙기고 있다. 일상이 완전히 무너진 나는, 하나씩 천천히 실천하고 있었다. 도망치듯 하던 일을 관뒀지만, 애인이 다니고 있는 물류센터의 일용직으로 들어가 생활을 이어갔다. 이전에도 닥치는 대로 일을 했기에, 일이 힘들어도 견딜만했다. 무엇보다 나를 반겨주고, 함께 웃을 수 있는 일터의 언니들이 있어 행복하게 느껴졌다. 약을 꾸준히 먹은 나는, 이제 쉽게 까먹지 않았고, 다른 사람 말에도 오래 집중할 수 있다.
하지만 평생을 여기서 일용직으로 살 것도 아니면서 나는 여전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다. 나아지고 있다고 믿고 있으면서, 아직도 현실에서 도망칠 뿐이었다. 혼자 있는 시간은 철저히 피했으며, 내가 가지고 있을 꿈을 들여다보지 않았다. 나는 여전히 나를 버려두고 있다. 살아있는 내가 초라하게 느껴졌다.
적은 돈을 벌고 있고, 주변에 걱정만 끼치는 서른 하나가 되었다. 무언가를 시작하기엔 너무 늦은 게 아닐까? 능력도 가진 것도 없는 나는, 쓸모없는 존재가 아닐까?
죽고 싶었다.
하지만 부끄러웠다.
죽기 전에 되돌아본 나는 아무것도 이룬 것 없는 사람으로 모두의 기억 속에서 남아버릴 거란 사실이 창피했다.
겨우 등록 면허세만 매번 내고 있는 내 출판사를 꺼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해도 내가 손에 쥐고 있던 나의 마지막 꿈.
나는 죽기 위해 살아가는 내 이야기를, 내가 만든 세계관을 누구 하나는 기억해 주길 바랐다. 정말 죽어야 하는 순간이 되었을 때, 누군가가 나를 그 글을 쓴 사람으로 기억해 주길 바랐다. 때가 되면 부끄럽지 않게 죽을 수 있도록 나는 글을 쓰기로 했다.
브런치에서 처음 글을 쓸 수 있게 된 날, 나는 엉엉 울었다. 무엇이 그리 서러웠는지 참 서글프게 울었다. 어쩌면 기쁨의 눈물이었을지도 모른다. 벅차오른다. 글을 쓸 수 있다. 내가 되돌아볼 수 있는 나의 업적이 적어도 하나는 생겼다. 이제 앞으로 하나씩 더 쌓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나는 오늘도 죽기 위해 글을 쓰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