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믹 호러를 아세요?

헤카테 유니버스를 만들다

by 도영

‘코스믹 호러’, 죽기 위해 글을 쓰는 내가 질리도록 쓸 글의 장르다. 그냥 호러나 스릴러도 아니고 ‘코스믹‘ 호러다. 간단히 설명하면 ’ 인간이 감히 대적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존재로 인해 오는 무기력‘,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공포‘ 정도로 정의 내리고 있다.

코스믹 호러로 유명해진 작가라고 하면 역시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다. 그는 그가 가진 세계관이 있고, 그 속에서 ‘크툴루 신화’가 창조되었다. 러브크래프트는 정말 훌륭하고 소름 돋게 하는 ‘코스믹 호러’ 작품의 대가라고 할 수 있다. 나는 한국의 러브크래프트가 되고 싶어 졌다.(시대적 배경을 따지고 보면 그는 성차별, 인종차별 등의 사상을 가지고 있지만, 그걸 쏙 빼고 글만 보았을 때의 입장이다.) 그래서 만든 것이 태초의 신과 세 명의 달의 신인 헤카테, 아르테미스, 셀레네이다.

혹시 몇몇 사람들이 언급한 적 있는 성약설(性弱說)을 아는가? 성악설도, 성선설도, 성무선악설도 아닌 ‘성약설’. 인간은 본디 약하다. 그렇기에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것도 두려워하며, 상상하고, 한없이 가라앉게 된다.

나는 이 성약설을 가지고 헤카테 유니버스를 만들었다. 어쩌면 인간뿐 아니라 모든 생물들은 ‘성약설’에 속할지도 모른다. 모두가 생존을 위해 도망치고, 살기 위해 몸부림친다. 위험한 것을 상상하고, 거기에 맞춰 피해 갈 수 있게 성장한다. 약하기 때문이다. 약하기 때문에 최악을 상상하며 대비하고, 약하기 때문에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방어하는 법을 배운다.

물론 종교가 있는 건 아니다. 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 직감이 가는 대로, 나에게 필요한 치료를 받으며 우울을 이겨내고 살아갈 뿐이다. 어쩌면 헤카테 유니버스는 우울로 인해 나태해진 나의 ‘변명’ 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쩌겠나, 이것이 내가 가진 전부인 걸.

다시 돌아가 헤카테 유니버스의 안에서는 세상은 결국 신들의 게임판일 뿐이다. 나는 우리가 믿는 운명과 인연, 삶과 죽음 모두 신들의 계획이라는 사실을 등장인물들이 깨닫게 하고, 거기서 오는 무력감과 우울에 대해 글을 쓰고 있다. 그게 내가 추구하는 ‘코스믹 호러’이며, 헤카테 유니버스의 전부다.

나도 약하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상상하게 되었고 ‘혹시 이런 거 아냐?’라는 말이 시작이 되었다. 내가 만든 세계관을 조금은 현실과 비슷하지 않냐는 의심과 상상, 결국 모든 사람들은 신들의 장난감으로 죽기 위해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거기서 모든 것이 시작된 것이다. 헤카테 유니버스가 사실 진짜 우리가 사는 세상의 모습은 아닐까? 그런 의심을 하게 만드는 것이, 내가 죽기 위해 글을 쓰는 이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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