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에 집중하되, 적당한 시간만 쓸 것.

ADHD, 약물 치료만이 답은 아닐 테니.

by 도영

확실히 ADHD 약물 치료를 시작하면서 사람들 말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습관이 무섭다고, 오래 앉아있지 못하고 빙빙 돌아다닌다. 내가 카페에 잘 가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오래 앉아있지 못해 음료도 금방 마시고 일어서게 된다. 한 가지 일에 오래 집중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몇 년 동안 책을 제대로 읽은 적도, 공부를 마음먹고 시도해 본 적도 없다. 무언가를 시작해도 금방 다른 걸 붙잡고 하기 시작한다. 게임도, 공부도, 읽던 책도. 뭐 하나 제대로 마무리한 적이 거의 없다.

꾸준히 글을 쓰면서도 글을 쓰다가 딴짓을 하기도 하고, 담배를 태우기도 하고, 갑자기 게임을 켜기도 한다. 약물치료를 시작하고 그런 것이 줄어들었지만 문제는 과몰입이다. 이제 하나를 잡으면 그것만 한다. 나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공부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는데, 아르바이트가 내 세상인 것처럼 다른 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그곳에 몰입되어 있다. 여기가 내 세상인 것처럼. 여기서 평생을 일할 생각도 없다. 나는 공부에도 집중해야 한다. 그렇다고 퇴근 후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죽어라 모바일 게임을 한다. 한 번 시작으로 잘 때까지 멈추지 않는 것 같다. 시간을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 글도 쓰던 책은 쓰지 못한 채, 멈추어있다. 나는 죽기 위해 이루고 싶은 것이 많은데, 당장 해야 할 것들을 하지 못하고 있다.

난생 세워보지 않은 올해 계획을 세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직 실천은 하지 않았지만, 날이 조금씩 따스해지니 새 학기가 시작되는 설렘이 마음을 감싸는 기분이다. 나는 학생이 아니지만, 학생 때로 돌아간다면 뭘 배우고 싶었을까? 계획을 세우기 위해 잠시 또 딴 길로 나가버린다. 물론 ADHD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나는 그냥 자유로운 사람인데, ADHD가 씌워져 더 산만한 것이다. 오히려 ADHD라서 좋은 걸지도 모른다. 이대로 치료를 하지 않고 또 어영부영 얇게 얇게 무언가를 하겠다는 뜻은 아니지만, 이걸 장점으로 살릴 수 있지 않을까?

가령, 약물 치료를 받으면서 올라간 집중력을 사용해 무언가를 시작해 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게 질린다면? 다른 걸 동시에 한다. 그리고 그것에 또 집중하고, 그게 질리면 다른 걸 다시 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최대 세 가지만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금 꾸준히 글을 쓰는 일 하나와 내가 하고 싶었던 공부 하나와 취미 활동 하나를 한다. 그리고 그 세 가지가 완전히 종료될 때까지 다른 것은 늘리지 않는다. 끝이 나지 않았다면 다시 돌아가서 집중하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거기서 보상을 추가한다. 영원히 세 가지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원점이다. 만약 게임을 클리어한다면, 다른 게임을 구매하는 것으로 보상을 준다. 혹은 다른 사람들에게 꾸준히 알리는 것이다. 그럼 완료했을 때, 다른 사람들의 칭찬과 축하 또한 보상이 된다. 관심받는 걸 좋아하는 나에겐 최고의 보상일지도 모른다. 죽기 위해 남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지부터 고민하고 내 업적을 만들기로 했으니 말이다.

이제 3월, 내 마음속에 새 학기가 시작된다. 계획을 세우고 이번 학기를 어떻게 보낼지 고민하고 또 실천해나가야 한다. 죽기 위해, 죽기 위해서 나는 새로운 계획을 세운다. 나는 죽기 직전에 어떤 걸 가지고 완성한 사람이 되어 있을까? 궁금하고, 설렌다.

죽기 위해 살아가는 삶은, 어쩌면 정말 설렘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나를 만들기 위해 앞으로 걸어갈 준비를 하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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