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카테 유니버스

세계관 주요 내용 소개

by 도영

1. 태초의 신

태초에 신이 있었다. 그는 어쩌면 외로이 홀로 살아남은 존재일 수도 있고, 버려진 존재일 수도 있다. 어찌 되었든 확실한 것은 그가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는 세상을 꾸몄고, 생명을 만들었다.

그가 아무리 신이라고 한들, 모든 것을 혼자 해내는 것은 분명 버거운 일이고 무리가 가는 일이다. 그는 그가 만든 생명 중 죽음에 닿은 인간 세 명에게 새로운 이름과 힘을 나누어주며 함께 많은 것을 이루어 나가기 시작했다. 그가 틀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단 한 번도. 적어도 그는 그렇게 믿었다.


2. 신의 실수?

태초의 신은 인간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만들었는데, 그게 바로 '보미'와 '겨우리'이다. 이것 또한 애칭일 뿐이다. 보미에게는 건강한 신체보다는 명석한 두뇌를, 겨우리에게는 명석한 두뇌보다는 건강한 신체를 주었다. 신은 인간들이 서로 협력하며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혼자서는 생존하고 번식할 수 없도록 그들을 만들었다. 하지만 어쩌면 이것이 가장 큰 실수였을지도 모른다. 그가 틀린 선택을 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것은 오히려 인간들끼리 서로 대립하게 만들었으며, 갈수록 갈등과 범죄가 쏟아지게 되었다. 서로를 사랑하다가도 미워하고 증오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도 이것이 실수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여러 사람들 사이에서 결론이 나지 않은 채 입에 오르내릴 뿐이다.


3. 세 명의 신

신은 세 사람에게 신의 자리를 기꺼이 내어주었다. 세상에 신이 하나라는 법은 없다. 모든 나무와 꽃, 동물, 사람까지도… 더 이상 세상에 단 하나인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모두가 잠든 밤, 세 사람에게 신의 힘을 나누어주고 달을 바라봤다. 시시각각 모양이 변하는 달은 다른 모습과 다른 형태로 사람들을 이끌어나갈 세 사람에게 아주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다른 세계의 신의 이름을 빌려 그들에게 각각 셀레네, 아르테미스, 헤카테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그렇게 사람들과 가장 가깝고, 누구보다 사람들을 사랑하는 세 명의 신이 만들어졌다.


4. 탄생과 시작의 초승달, 셀레네

셀레네는 최선을 다해 새롭게 태어나 세상에 막 던져진 사람들을 가르치고 이끌었다. 성장한 자들에게는 막 태어난 자들에게 어떤 식으로 가르치면 되는지, 어떻게 함께 살아갈 수 있는지 알려주기도 했다. 종종 악한 마음을 품는 사람을 보고 벌을 내리기도 했지만, 그는 그들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환경들을 바라보고 수긍했다. 하지만 언제나 주변 환경이 사람들을 선한 길로 이끌지만은 않았음을, 그는 꽤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난 후에야 알았다. 그는 사람들에게 재난과 질병을 선물했다. 아픔 속에서 성장하여 함께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주기 위하여.

사람들은 재난과 질병 앞에서 무릎 꿇고 빌기 시작했다. 역시 환경은 사람을 바꾼다. 사람은 모두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 그저 환경이 그들을 만든다. 아, 그들은 재난과 질병에 시달려야 선해지는구나. 결국 셀레네는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는 신'으로 남았다.


인간들에게 따스함을 내려주던 봉황은 결국 그 따스함으로 모두를 태워버린다.


5. 열정과 보상의 보름달, 아르테미스

아르테미스는 사람들에게 칭찬과 보상을 아끼지 않았다. 모두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 아름다워서, 그는 그들을 사랑하면서 다른 신들보다 더 깊게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곤 했다. 아무리 악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어도 그것은 순간의 실수일 뿐이다. 새로이 가르치면 사람은 다시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이 모든 것은 정신 싸움이며, 각자 가지고 태어난 정신력에 따라 다가오는 악을 쳐낼 수 있는지 아닌지를 가늠할 수 있다. 그는 그들에게 한없이 칭찬과 보상을 쏟아준다면 그들은 분명 악을 이겨낼 수 있는 사람들이 될 것이라고 믿었다. 그들의 정신력이 강해질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사람과 깊게 어울린 만큼 받게 된 배신과 악의 형태에 대해서 더 쉽게 충격을 받고 망가지곤 한다. 바로 그처럼 말이다. 사람은 모두 선하다. 이것은 결코 바뀌지 않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저렇게 악에 빠져드는 이유는? 그래, 악마가 사람으로 태어났기 때문이다. 그는 사람들의 곁에서 활을 막 배우게 된 신이었는데, 그것이 그에게는 좋은 무기가 되었다. 선하디 선한 사람들을 위해, 사람으로 둔갑한 악마들을 이 화살로 죽여버리자. 신사(紳士)를 동경하며 스스로도 신사가 되겠다고 다짐하던 그는 결국 신사(新射)가 되었을 뿐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손에 죽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알지 못했다. 자신이 악마라고 믿는 자들조차도 결국은 그가 사랑한 평범한 사람이었음을. 아르테미스는 결국 사람들에게 그저 '미쳐버린 신'으로 남게 되었다.


인간과 가장 가깝게 지내던 구미호는 결국 버림받은 채 매구가 되어 간다.


6. 죽음과 끝없는 우울의 그믐, 헤카테

헤카테는 사람들에게 지혜와 용기를 주면서도 그들의 죽음을 인도하는 역할을 했다. 끝없이 우울에 잠겨 일상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자들에게 달콤한 환상이라도 볼 수 있게 해 주었으며, 때로는 그들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돕기도 했다. 죽음과 가장 가까운 그는 생각보다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일이 드물었기 때문에 홀로 글을 쓰는 취미를 들였다. 그는 자신이 듣고 바라본 사람들의 모습을 모두 글로 담았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사람은 모두 악하다는 사실이다.

그는 결국 자신의 편의를 추구하게 되고 그것을 위해서라면 범죄라고 정해진 일들도 기꺼이 행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셀레네와 아르테미스의 행동에도 그는 방관하였으며, 침묵했다. 종종 학대받는 어린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인형에 영혼을 불어넣고 자신의 이름을 빌려주기도 했지만 그것도 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그저 죽음으로 다가온 이들을 인도할 뿐이다.

그렇게 죽음을 인도하게 되면서 그는 죽음 앞에 서서 후회하며 무언가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수없이 많이 듣게 되었다. 그들이 가진 우울, 혹은 또 다른 감정들. 그는 그것들을 모조리 글로 쓰게 됐다. 사람들은 결국 감정에 잡아먹힌다. 그들은 결국 두려움에 모든 것을 빼앗긴다. 그래, 사람은 모두 약하다. 어떤 날은 글을 쓰다 울었다. 그들이 죽음으로 향하면서 남긴 우울과 그리움, 후회, 슬픔, 애정… 그 모든 것들을 이어 붙여 하나의 우주를 만들기 시작했다. 조각들이 모여 하나의 큰 그림이 된 별들을 바라보면 사람들은 그 어둠을 이겨내고 다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죽음은 결국 끝이다. 끝은 결국 다른 것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는 유일하게 인간을 '사랑하는 신'으로 남게 되었다.


인간들을 위협하던 뱀은 한때 자신도 그들과 같았기 때문에, 그들을 위해 자신의 꼬리를 물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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