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인지 생시인지 어렴풋한 상태.
어느새 벚꽃이 피어날 시기가 되었다. 날이 따뜻해져 사람들은 소풍을 나가거나 외출이 잦아졌다. 그리고 여기, 봄이 다가와도 여전히 겨울에 잠겨 추위에 몸을 떨며 이불을 덮고 있는 내가 있다. 하던 게임도 이젠 흥미를 느끼기 어려워졌고, 친구들을 만나러 나가는 것도 그렇게 유쾌하진 않다. 우울하다. 다만 그뿐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지? 죽는 것이 덜컥 두려웠지만 그렇다고 살고 싶은 것도 아니었다. 나는 그저 무(無)의 상태로 살아왔다. 배가 고프면 무언가를 먹었으며, 돈이 필요할 때면 단기 알바라도 구해서 생계를 유지했다. 그마저도 쉬운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먹는 것이 힘들었으며, 밖으로 나간다는 사실이 고통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내게도 변화가 찾아왔다. 바로 그 꿈을 꾸기 시작한 날로부터.
매일 잠에 들면 또 다른 나의 생활을 경험한다. 처음 그 꿈을 꾸었을 때, 나는 마치 평행세계의 나를 마주하는 것 같았다. 주변 사람들은 내가 오랜 시간 깨어나지 못했으며, 이전엔 연구에 지쳐있었고 환자들을 돌보다 애착을 가지던 환자의 칼부림에 이렇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의 나는 연구원이었고, 세계는 급격하게 망가져가고 있었다. 온난화가 찾아온 지구에는 겨울과 여름이 심각할 정도로 대조를 이루며 찾아오고 있었고,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절망, 이별 등을 겪으며 우울함에 잠겨 있었다. 지구 전체가 늪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건강한 사람들은 몇 없었다. 무기력해진 사람들을 우리는 '환자'라고 불렀고, 환자는 나와 같은 연구원을 제외하고 지구의 인구 90%에 달했다. 지구에 인간이 멸종하게 되는 사유로 우리는 우울로 인한 자살이거나 피폐해진 정신 때문에 일어나는 잦은 살인 때문일 거라고 매번 지적했다. 치료를 받으며 사람들은 평소처럼 겨우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그마저도 불안정한 상태였다. 길어봤자 50년 안에 인구들은 우울증에 잠겨 지구 전체에 남은 인구가 1,000명도 안 될 것이라는 통계도 나왔다. 참으로 끔찍한 꿈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하나 있었다. 현실에서 내가 잠에 들면 그 꿈에서 잠을 자고 일어나고, 내가 그 꿈에서 잠에 들면 나는 현실에서 잠에서 깨어난다. 잠시 눈을 붙이면 한쪽에서는 자다가 잠깐 깨버린 순간을 마주하고, 내가 한쪽에서 조금 오래 잠들면 다른 쪽에서는 늦잠을 자고 지각을 하게 되는 순간이 이어졌다. 마치 두 개의 인생을 한 번에 살아가는 것 같았다. 현실에서 나는 그 암담한 꿈을 놓고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친구들을 만나기도 하고, 마치 그 꿈이 언젠가 다가올 미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더 열심히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우울증의 무서움에 대해서 더 깊이 새기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이전보다 활발해졌으며, 휴학 상태였던 학교에 다시 나가 공부도 시작했다. 그래, 그 꿈처럼 우울해서 아무것도 못하는 것만큼 아까운 인생이 또 있을까? 나는 태어나서 그 어떤 순간보다 더 열심히 살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처럼 인간관계도 쌓아나가고, 먹고 싶은 것도 즐겁게 먹기도 하고, 읽고 싶었던 책들도 읽었다. 나는 천천히 우울증을 극복해나가고 있었다. '행복한 사람'이 되는 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구나! 한 번쯤은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었구나! 살고 싶다!
물론 건강한 삶을 사는 내가 아직도 그 꿈을 꾸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 꿈의 상황은 여전히 암담하고 더 늪으로 빠져가는 듯했다. 하지만 나는 그 꿈을 또 다른 내 인생처럼 삼으며 살면서 이곳에서 더 행복해지고 극복해 나갈 수 있는 발판이 되었다.
그 꿈에서 나는 외상은 다 나아가고 있었지만,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아서인지 매일 동료였던 의사에게 상담을 받는다. 나는 이곳이 내 꿈속이라는 소리를 했다. 현실의 나도 지금처럼 심리 상담이 필요한 사람이었지만, 내가 꾸고 있는 이 꿈 덕분에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고. 나는 그래서 지금의 상황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헛소리로 들릴지 모를 내 말을 귀 기울여 들어줬다. 하긴, 꿈이니까. 내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 꿈에선 나를 미친 사람 취급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니까. 물론 여기 있는 사람들이 다… 미친 것 같기는 해.
오랜 혼수상태였던 나는 망가졌지만 우울한 이 상황이 만족스러웠다. 여기서 잠을 자면 나는 다시 행복한 나로 돌아갈 수 있으니까. 지구의 인류가 없어져가고, 인류와 지구가 함께 망가지는 것은 내가 신경 쓸 바가 아니야! 이건 꿈이니까! 이 꿈을 꿀수록 나는 더 행복해질 수 있으니까! 나는 종종 현실에서 조금이라도 더 우울해질 때면 낮잠을 자곤 했다. 이 꿈에서의 암담한 상황을 마주하면 나는 현실에서 더 행복한 사람이 되어 있는 것 같았다. 적어도 이렇게 살진 않으니까, 상관없잖아?
희열! 그래, 어쩌면 그걸 그렇게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다. 온몸에 전류가 흐르는 것 같았고, 입꼬리는 내려갈 줄을 몰랐다. 꿈에서 그 암담한 세계를 겪으며 살아갈 수 있게 된 것은 어쩌면 신의 은총이리라! 없던 신도 만들어 믿게 되었다. 그런데, 현실에서 업무량이 많아지고 술을 마시며 밤을 새우는 경우도 허다해서 잠을 오래 자는 날이 조금 늘었다. 나는 그 암담한 세계에 발을 들일 시간이 늘어난 것이다. 비정상적으로 많고, 적기도 하고. 수면은 늘 불규칙했으니까.
의사가 매일 찾아와 계속 말을 걸었다. 오늘은 ‘요즘도 그런 꿈을 꾸세요?’라고 내게 물었다.
지금도 꾸고 있잖아요, 내가 너무 오래 자나 봐요. 여기 있는 게 지루할 정도로 잠이 안 오네. 여기서 잠이 와서 잠에 들면 나는 현실에서 다시 깨어나서 내 삶을 살아요. 여기 있는 것이 지루해도 나는 그걸 떠올리면 행복해서 이 시간을 전부 견뎌낼 수 있거든요! 들어보세요, 어제는 주식에 성공했어요. 나는 부자가 될 거라고요! 곧 졸업도 할 텐데, 교수님 추천으로 좋은 기업에 취직할 기회가 생겼어요. 나는 이 어두운 세계의 꿈을 꾸고, 더 노력하며 살아가면서 우울증도 극복해 냈죠.
내가 신나서 마구 떠드는 동안 의사의 표정은 점차 일그러졌다. 내 상태를 체크한 의사가 밖으로 나가서 다른 의사와 나누는 이야기를 엿들었다. 내 상태가 심각하다고 했다. 어디서 들어본 듯한 의학용어들을 내뱉으며 내 심각한 상태에 대해 논했다. 아마 약물치료를 시작한다고 하는 것 같았다. 물론 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든 상관없지만, 약에 수면제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얼른 돌아가서 졸업 논문을 작성해야 했고, 면접 준비도 해야 했으니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의사는 약과 주사기를 하나 들고 왔다. 아마 내 추측이 맞다면 주사기에 든 액체는 수면제일 것이다. 나는 저항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약을 먹고 의사에게 검사를 맡은 후, 얌전히 침대 위에 누웠다. 의사는 내가 더 이상 환각을 보거나 현실을 인지하지 못할 정도는 아닐 거라고 했다. 내일은 현실을 받아들이기 위한 상담을 하게 될 것이고, 그것은 몇 달이고 몇 년이고 내가 괜찮아질 때까지 진행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내 동료의 목소리엔 속상함이, 묻어나는 듯했다. 끝에는 제발 다시 언젠가 우리가 했던 다짐처럼…, 다시 같이 일해보자고. 같이 사람을 살리고 치료하자고 하는 것 같기도 했다. 나는 점차 잠에 빠져들면서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그런 다짐을 했었구나.
동료였던 그와 나는 어린 시절부터 함께했던 친구였다. 그 친구가 망가질 땐 내가 그 친구를 다시 현실로 끌어올려 줬으며, 내가 망가졌을 땐 그가 늘 내 손을 잡아줬다. 그래, 그러고 보니 내가 환자의 칼에 찔렸을 때 제일 먼저 달려와 눈물을 떨구었던 것도 너였구나. 나는 이곳에서도 소중한 인간관계를 쌓긴 했었구나.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람? 나는 현실로 돌아가면… 나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은데. 그렇게 암담한 세상이 꿈이라서 정말 다행이야. 잠에 들면서 내 몸을 잠시 내려다봤다. 점차 여위어가는 나는, 이곳의 지구가 메말라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암담하네. 그러고 보니 이곳엔 거울이 하나 없네. 이곳에서의 내 표정은 어떤 얼굴이었을까?
느리게 눈을 감았다 뜬다. 이제 그런 건 궁금해할 가치도 없을 정도로 나는 행복한 세계의 나를 마주할 시간. 막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는 내 모습이 보인다. 아까 꿈에서 봤던 그 친구 얼굴이 신경 쓰이긴 했나 보네, 나는 울고 있었다. 음, 눈곱도 낀 것 같고. 하지만 꿈을 신경 쓰며 앉아 있다간 늦을 거야. 그저 하나의 악몽일 뿐이다. 나는 속으로 나를 재촉했다. 한숨을 쉬면서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다. 이제 나갈 준비를 하나 보네. 그렇게 하품을 하며 내가 학교로 나설 준비를 하는 것을 지켜본다. …어라, 잠시만. 뭔가 이상한데… 매번 이랬지만 왜 이 이상함을 지금에서야 느꼈을까. 나는 문득 현관을 바라보다 막 학교에 가기 위해 현관을 나서는 나와 눈이 마주쳤다. ……늘 있는 상황이었지만 오늘은 무언가 달랐다. 나와 눈이 마주친 나는, 나를 보고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순식간에 소름이 끼쳤다.
헉, 헉, 헉, 헉… 너무 무서워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고개를 내려 내 멀쩡한 사지를 바라본다. 메말라가는 내 몸이 너무나도 보기 싫다. 눈물을 흘리며 소리를 질러댔다. 내 소리를 들었는지 의사가 한 걸음에 달려와 울며 절규하는 나를 끌어안고 다독여준다. 괜찮다고, 괜찮을 거라고. 단지 꿈일 뿐이라고, 현실의 너도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다고. 너는 망가진 것이 아니라 잠시 늪에 빠진 것뿐이라고.
꿈에서 존재하는 친구는 참으로 다정하구나. 현실로 돌아가면 나는 너를 만나기 위해 이 꿈을 꾸러 온다고 해도 믿을 정도야. 한참을 울다 나는 다시 잠에 든다. 피곤했나 봐, 학교 가는 길에 버스에서 꾸벅꾸벅 졸다 잠든 내 모습이 보인다. 이제 난 깨어났으니까 일어나야지? 얼른 눈을 떠줘. 내릴 곳을 놓칠지도 모르니까!
그런데 일순간 버스에 앉아서 졸고 있는 내 쪽으로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쏠린다. 나에게 꽂히는 시선이 아니라 버스에 앉아서 자고 있는 내게 꽂히는 시선인데도 모두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숨이 막히기 시작한다. 저 사람들… 그래, 그 환자를 닮았어. 칼을 들고 나를 찔러대던 그 환자의 얼굴을, 그 환자의 표정을 닮았어.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이건… 꿈이야. 이건, 꿈….
다시 눈을 뜬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방에 의사인 친구가 양손을 모으고 기도를 올리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네가 그랬니? 네가 나를 너무 소중하게 생각해서 나를 이 꿈에 가두었니? 자꾸 잠들지 못하고 나를 깨우는 것이 너야? 왜 그랬어? 그 꿈이 내 현실인데, 왜 나를 자꾸 여기로 불러?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그래, 그거야. 차라리 내가 여기서 죽으면 나는 영원히 그 현실에 잠길 수 있을 텐데. 그럼 나는 정말로 행복할 텐데…. 원망을 담아 절규하면서도 나는 쉽사리 입을 떼지 못하고 눈만 꿈벅인다. 몽롱하다. 다시 잠에 들어야 그곳으로 갈 수 있을 텐데. 잠이 온전히 깨지도 않은 나는 네 목을 조를 힘조차 나지 않았고, 온전히 잠에 들지 않은 나는 다시 그곳으로 갈 수가 없었다. 아마 며칠 혹은 몇 달이나 그런 시간이 이어졌던 것도 같다.
어렴풋이 잠깐 잠들었을 때, 나는 그런 꿈을 꾼 것 같기도 하다. 행복한 나를 꿈꾸며, 행복하고 평범한 일상을 꿈꾸며 이 어둠에서, 이 어두운 숲에서 빛이 새어 나오는 곳으로 천천히 걸어가던 내 모습이 나오던 꿈. 아니, 그게 꿈이긴 했나? 끔벅끔벅, 눈을 몇 번 감았다 뜬다. 멍하다. 여긴 어디더라.
아, 맞아. 나는 그저 무(無)의 상태로 살아왔다. 배가 고프면 무언가를 먹었으며, 돈이 필요할 때면 단기 알바라도 구해서 생계를 유지했다. 그마저도 쉬운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먹는 것이 힘들었으며, 밖으로 나간다는 사실이 고통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내게도 변화가 찾아왔다. 바로 그 꿈을 꾸기 시작한 날로부터. 매일 잠에 들면 또 다른 나의 생활을 경험한다. 처음 그 꿈을 꾸었을 때, 나는 마치 평행세계의 나를 마주하는 것 같았다. 주변 사람들은 내가 오랜 시간 깨어나지 못했으며, 이전엔 연구에 지쳐있었고 환자들을 돌보다 애착을 가지던 환자의 칼부림에 이렇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의 나는 연구원이었고, 세계는 급격하게 망가져가고 있었다. 온난화가 찾아온 지구에는 겨울과 여름이 심각할 정도로 대조를 이루며 찾아오고 있었고,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절망, 이별 등을 겪으며 우울함에 잠겨 있었다. 지구 전체가 늪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건강한 사람들은 몇 없었다. 무기력해진 사람들을 우리는 '환자'라고 불렀고, 환자는 나와 같은 연구원을 제외하고 지구의 인구 90%에 달했다. 지구에 인간이 멸종하게 되는 사유로 우리는 우울로 인한 자살이거나 피폐해진 정신 때문에 일어나는 잦은 살인 때문일 거라고 매번 지적했다. 치료를 받으며 사람들은 평소처럼 겨우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그마저도 불안정한 상태였다. 길어봤자 50년 안에 인구들은 우울증에 잠겨 지구 전체에 남은 인구가 1,000명도 안 될 것이라는 통계도 나왔다.
참으로 끔찍한 꿈이라고 생각했다.
혹시 이게 현실인가? 싶을 정도로 생생한 꿈을 꾼 적 있는가? 이 글에 나오는 주인공은 아주 생생한 꿈을 꾸게 된다. 그 꿈은 현실일까, 꿈일까. 과연 꿈과 현실을 구분 짓는 경계선은 어디일까? 꿈과 현실의 차이는 누가, 어떻게 구분 짓게 되는 것일까? 헤카테 유니버스에서 이런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 그저 이렇게 살다가 죽음으로, 헤카테가 인도하고 소멸할 뿐이다. 아니, 죽음이 소멸이기는 할까? 이 사람의 죽음에 주변 사람들은 슬퍼할 수 있으나, 신은 꿈쩍도 하지 않을 것이다. 신은, 사람을 들여다보지 않는다. 그저 세계가 돌아가는 것을 바라볼 뿐. 마치 누군가의 무거운 죽음이 단 한 줄의 뉴스 기사로 끝나는 것처럼.
이 글은 사실 내가 꾼 하나의 악몽으로부터 시작된 단편이다. 나는 꿈속에서 나를 보았는데,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꿈속에서 어떻게 내 모습을 구경하고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