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나는, 여전히 내일이 무섭다.

죽기 위해 살아가는 나의 본심

by 도영

꾸준히 에세이를 쓰고, 단편을 쓰고. 또 중간에 약속을 지키지 못한 채 거르기도 하고. 하지만 도망가지 않고 다시 이어나가길 반복하며 오늘까지 왔다. 미뤄놓았던 작업을 다시 붙드는 건 언제나 힘든 선택이다. 하지만 나는 내가 쓴 글을 다시 읽으며, 나를 이해하고, 나를 인정하려 애썼다. 이게 내가 ADHD 약을 챙겨 먹고, 치료를 포기하지 않는 이유다. 무엇보다 노력하는 내가 보여야 주변의 시선도 달라지니까. 죽기 위해 살아가는 내가 누군가에게 기억 속에 남고 싶다면, 나는 무너졌다가 다시 일어나야만 한다.

물론 지금도 쉽지 않다. 글쓰기를 미루고, 내가 하는 일에서 또 ‘내가 이걸 이어갈 수 있을까?’ 걱정한다. 또 불타올랐다가도 또 금세 ‘좀 재미없는데?’하고 다른 걸 바라보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안다. 이제 해야 할 일은 ‘다른 새로운 것’을 찾는 것이 아니라 ‘지금 하는 일에서 새로운 것을 찾아가는 것’이라는 걸.

아무리 반복적인 일을 한다고 해도 매일이 똑같을 순 없다. 반복적으로 박스가 쏟아지는 물류센터마저도 매일 오는 박스의 크기와 순서가 달라지지 않는가? 내가 쓰는 글도 마찬가지다. 반복적인 듯 보여도, 어제 쓴 글과 오늘 쓸 글, 내일 쓰게 될 글은 다르다. 그 안에 담긴 내가, 나의 경험과 생각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는 ADHD다. 치료를 받고 있으며, 나아지고 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내일이 무섭다. 금세 까먹어버리는 내일이, 또 무언가를 한참 찾기 위해 방을 헤집고 다니는 내일이, 열정을 쏟던 일에 흥미가 떨어지는 내일이, 스스로를 상처 내고 자책하게 될 내일이, 다른 사람 말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는 내일이. 나는 그 모든 내일이 아직도 두렵다. 내가 해낼 수 있을까? 여전히 무섭고 걱정된다. 그럼에도 잘 죽고 싶어서, 이대로 죽고 싶진 않아서.

어쩌면 내가 남들보다 자주 깜빡하는 것은 매일 ‘새로운 것’을 찾기 위함일지도 몰라. 나는 내가 가진 병을 장점으로 바꿔나가기로 했다. 내가 직접 그런 말을 하지 않았는가, ‘낭비하고 있음을 인정하자’고. 나는 남들보다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걸 자책할 필요는 없다. 나는 낭비하는 만큼 다시 채우기 위해 몇 배를 더 노력하면서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나는 죽고 싶으니까. 죽기 위해 살아가는 존재니까.


그렇기에 오늘의 나는, 여전히 내일이 무섭다. 하지만 무서워도 오늘도 글을 쓴다. 낭비하고, 다시 채우고, 또 무너졌다가 일어난다. 그게 나의 방식이고, 내가 죽기 위해 살아가는 이유다.

죽기 위해 살아가더라도 나는 그 하루를 내 말로 남기고 싶다.


keyword
이전 13화죽기 위해 곁에 있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