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위해 곁에 있기로 했다

새로운 일을 통해 나를 알아가다.

by 도영

오래전에 나는 정신과에서 상담을 받으며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끝없이 사람들이 나를 찾았으면 좋겠어요.' 나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어쩌면 그래, 누군가에게 어느 한 분야의 ‘담당자’가 되고 싶었던 것 같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된다는 것, 누군가를 돌본다는 것은 대단한 사명이 아니랬다. 아주 가까운 사람이 조용히, 무너지지 않게 곁에 있어주는 일.

나는 그렇게 살고 싶었다. 누군가 필요한 것을 누리지 못할 거라 생각할 때, 그 옆에서 조용히 그것을 챙겨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어쩌면 과거의 나에게 현재의 내가 만들어주고 싶은 미래 같은 걸지도. 상상보다는 이제 실천할 때인데, 그게 쉽게 되지 않았다.

그 마음은 생각보다 오래 남았다. 그저 지나가는 말이었는데, 자꾸만 나를 따라왔다. 누군가의 곁에, 아주 작게라도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 그 마음이 지금 새 일을 시작하게 만들었다. 새로운 일은, 누군가의 일상에 조용히 스며드는 일이었다. 거창한 무언가가 아니라, 마음이 복잡한 날에도 '괜찮다'라고 느끼게 해주는 것. 사람들은 이 일을 그저 '상조'라고 부르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건 하나의 '케어', '돌봄'이다.

물론 처음엔 나도 반신반의했다. 다른 사람들과 같이 이것을 준비하는 것이 '보험'과 다를 바 없는 장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배워나가고 알아가면서 평생 단 한 번은 일어날 장례, 결혼, 여행 등을 준비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들 일어날지도 모를 보험은 잘만 들지 않는가? 그렇다면 왜 일어날 일은 더 피하고 손사래 치는 걸까?


내 주변 사람들은 보험 사기나 방문 판매에 진절머리가 난 상태였다. 그래서 내가 이 일에 대해 소개하고 가입을 권유할 때, 그들은 이전의 기억을 꺼내고 반사적으로 나를 피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저 '곁에 있고 싶었을 뿐'인데.

장례나 결혼, 여행, 가족 행사... 다양한 삶의 일부분에 내가 그들의 곁에서 가장 특별한 날을 따스하게 내리쬐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이 일을 온전히 시작하게 되었다. 하지만 역시 뜻대로 쉽게 되는 것은 없었다. 죽기 위해, 꾸준히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살면서 내가 가진 것들을 베풀고 나아가고 싶었을 뿐인데.

며칠 전엔 이 일을 알리기 위해 SNS 광고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법을 사용해 봤다. 관심을 가지고 메시지를 보내는 남성이 셋 있었다. 그들은 내게 '누가 너한테 도와달라 하더냐', '그 돈 아껴서 해외여행을 가겠다' 등을 떠들어대며 생판 남인 나에게 쌍욕을 퍼부었다. 내가 팔아먹기 위해 참 별짓을 다한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처음엔 너무 속상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정말 그들의 생각처럼 장사를 위해 이 일을 시작한 건가?

하나하나 짚어보면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고 할 순 없다. 하지만 사람은 자신에게 맞는 직업을 찾아 그 직업을 통해 먹고 산다. 나 또한 그러면 안 되는 것인가? 좋아하는 일이, 나에게 맞는 일이 나의 생존 수단이 되면 안 되는 것인가? 돈도 벌 수 있고, 내가 원하는 일을 베풀 수 있는 것이 누군가에게 그렇게 욕먹을 일인가?

깊은 생각은 독이 될 뿐이었다. 그들이 내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 것처럼, 나도 그들의 이야기를 깊게 들을 필요는 없다. 그들은 그들만의 생각이 있을 것이고, 나는 계속 이 일을 이어나갈 것이다.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내가 하는 일이 미래에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이 되었는지 보여주는 것, 노력과 시간을 퍼붓는 것뿐이다.


언젠가 그들이 나의 가치를, 내 일의 가치를 알아줄 때까지 진심을 다해.

나는 죽기 위해 곁에 있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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