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위해 포기하기로 했다

꿈은 크게 가지되, 나를 알 것.

by 도영

나는 어려서부터 하고 싶은 것이 참 많았다. 완전히 마스터한 것은 없지만, 이것저것 정말 많이 시도했다. 시도만 했지, 그 어떤 것도 했었다고 말하기 부끄러운 실력으로 남아있다. 돌이켜보면 이 모든 것은 그냥 나라는 사람이 아니라, ADHD였을 것이다.

정말 하나도 제대로 해낸 것이 없다. 하고 싶은 것은 여전히 많으나, 시작했지만 끝낸 것이 없다. 시작했지만 꾸준히 해내고 있는 것이 몇 없다.


나는 동시에 여러 개를 하게 되지만, 그렇다고 다 끝낼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흐지부지 그 어떤 것도 완성하지 못할 뿐이었다. 죽기 전에 하고 싶은 것은 다 해봐야 한다지만, 내세울 완성품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몇 주 전에 쓴 글에서 하고 싶은 것들을 추려내서 세 개까지 줄였지만, 실패했다. 나는 나아지지 않았다. 그애서 나온 것이 오직 하나만 잡자, 우선 하나라도 꾸준히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3개도 너무 큰 욕심이었다. 마감기한이 정해져 있다고 해서 급하게 해내는 것도 아니었다. 내 관심 밖에 났던 하고 싶은 일은 전혀 손에 잡히지 않았다. 포기하지 못한 채, 가지지도 못하고 있었다.


하지 못할 일이라면, 할 수 있을 때 다시 잡으면 되는 거 아냐? 쓸데없이 하지도 않으면서 ‘해야 하는데’라는 생각으로 너무 많은 시간을 쓰고 있었다. 결국 하지도 않으면서.

이제는 그런 것들을 하나씩 ‘포기’하려고 한다. 잘 안 되겠지만, 당장 할 수 있는 하나만 남기고 다른 것들을 포기하기로 했다.

포기한다고 영원히 그것을 쳐다보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니까. 남은 내 삶에 그래도 많은 업적을 쌓고 싶다면, 하나씩 차근차근하는 게 좋겠지. 그렇다면 쓸데없는 걱정들도 줄어들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를 다시 돌아보고 내가 당장 할 수 없는 것들을. 오로지 죽기 위해, 죽어가기 위해서 포기하기로 했다. 잠깐, 아주 잠깐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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