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불감증 그만!
죽는 것보다 싫은 일이 내가 아픈 것이다. 아픈 것이 좋은 사람이 있을까? 아프면 내 손해니까, 금세 우울해졌다. 그래서 종종 아픔을 숨기거나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방치했다. 외면하던 우울증도 ADHD도 다시 마주하는 지금, 정신 뿐만 아니라 몸 건강도 챙겨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물류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보니, 안 아프다면 거짓말이다. 최근에는 무거운 것에 발을 깔아버렸는데, 발바닥이 너무 아팠다. 병원에 가봤자 염증약만 받아올 게 뻔한데, 없는 돈을 더 쓰고 싶지 않단 생각이 들었다. 금방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통증은 계속 지속되었고, 결국 오늘은 정형외과에 다녀왔다.
예상대로 뼈엔 이상이 없었다. 그 말을 듣고 또 한숨이 절로 나왔다. 약이라도 잘 챙겨 먹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나서는데 물리치료에 주사까지 주셨다. 물리치료를 한동안 꼬박꼬박 받으라고 하셨다.
금방 괜찮아지기는 개뿔.
반깁스를 했다.
이왕 죽기 위해 열심히 살기로 했는데, 아파 죽으면 억울하지 않나. 내 시간을 더 깎아먹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일찍 신경 쓰고 아픈 걸 인정하고 병원에 갔더라면 좀 나았을까.
병원비에 한 번, 반깁스에 두 번. 속상함이 올라왔다. 아프면 내 손해. 그 말이 여전히 머리에 울렸다. 아프지 않을 순 없다. 그렇지만 아픈 걸 조금 더 줄일 순 있었겠지. 30대가 된 것도 벌써 2년 차 아닌가. 어릴 때처럼 생각하고 넘기다간 정말 더 큰일이 나겠단 생각이 들었다.
아픔을 외면하지 말자, 죽기 위해 아프고 아픈 만큼 미리 치료하자.
마냥 참고 넘겼더니 반깁스를 했고, 일을 쉬게 되었다. 아무래도 마이너스인 통장에, 일을 못하게 되니 구멍이 날 지경이다. 손해가 두 배로 돌아온 기분이다. 좀 더 엄살 부릴 걸, 좀 더 아파할걸. 후회해 봤자 달라지는 건 없다. 앞으로 더 신경 쓰고 스스로를 챙겨야 한다.
아파도 참고 일하고, 남에게 피해 주는 것처럼 생각하게 된 현실 속에서 마음껏 아프자. 그리고 나아서 더 좋은 컨디션으로 열심히 하면 되지 않는가. 더 크게 병들어 낫지 못하고 영영 일하지 못하게 되는 것은 슬픈 일일테니 말이다. 그러니 나는 죽기 위해 마음껏 아프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