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람이 지나고 봄이 왔으니,

나는 다시 피어나야 한다.

by 도영

말도 못 하고 글쓰기를 한 주 걸러버렸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안 되는데, 싶어 오늘은 늦지 않게 시간 맞춰 글을 쓴다. 우선 약속을 지키지 않은 기간 동안 무기력에 빠져 있었다. 마이너스 인생에, 더 마이너스가 찾아온 것 같았다. 쉽게 낫지 않았고, 가만히 집에만 있는 것도 참 힘들었다. 나가면 다 돈인데, 일을 하지 않으니 돈도 떨어져 갔다. 그럼에도 없는 돈 긁어 미리 잡아둔 여행을 다녀오고, 이름을 바꿨다.

과거의 나를 벅벅 지워버리는 것에 시간을 썼다. 이를 도에, 햇빛 영. 그것이 내 새 이름이었다. 허가가 떨어지고 난 후엔 할 일이 많아졌다. 그럼에도 귀찮지 않았고, 여전히 진행 중이다. 아직 과거의 이름이 구석구석 남아 붙어있다. 오래 사용한 만큼 떼어내는 시간도 오래 걸리겠지만, 그마저도 기쁘다.

과거를 이용하기로 했지만, 그 과거에 더는 갇혀 있지 않기 위해 하나씩 지워나가고 있다. 내 발목을 잡는 것이 설령 이름이라 하더라도, 나는 그것을 치워버릴 준비가 되어 있었다. 멈추지 말자, 더는 과거에 묶여 다시 우울에 잠기지 말자.


정신과에서 ADHD 약을 증량했다. 좀 나아진 것 같았지만 여전히 집중을 잘하지 못하고, 책을 5분도 읽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도 때도 없이 우울했고, 가만히 앉아있질 못했다. 카페에 가는 것도 힘들어졌다. 그렇기 때문에 증량을 결정하게 된 것이다.

나는 약이 없으면 일상생활도 제대로 지속하기 어려운 ADHD 환자인데, 내가 복용 중인 약이 공급 중단되었단 소식을 몇 달 전부터 들어왔다. 다가온 봄 앞에, 다시 찬 바람이 부는 것 같이 느껴졌다. 약이 악용되는 사례가 있었던 것 같다. 악용되는 것은 분명 나쁜 일이지만, 치료를 받고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을 이어나가는 환자마저 사라져 가는 약을 허망하게 바라봐야 한다. 당장은 약이 병원에 있지만, 이제 더 떨어져서 약을 받지 못하면 어떡하지? 나는 아직 치료 중이고, 약이 필요하다. 내가 다시 일상생활을 이어나가지 못하게 되면 어떡하지?

글마저도 오래 집중해서 쓰지 못하는 것 같아 걱정이 커진다. 그래도 지금은 괜찮으니까, 잘 치료받고 있으니까. 너무 큰 걱정은 하지 말자. 이제 새 이름으로 새롭게 시작하기로 했잖아?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고 있을 순 없잖아. 글을 쓰겠다고 했잖아.

몇 번이고 걱정하고, 다독이고, 걱정하고, 다독이고. 나의 한 주는 그렇게 지나갔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여행과 개명과 ADHD로.


봄이 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꽃은 피어나야 한다. 누구도 알려주지 않는다. 스스로 개화해야 한다. 햇빛에 닿기 위해 스스로 땅을 뚫고 나아간다. 오늘도 내가 먼 미래에 잘 죽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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