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비하고 있음을 인정하자

더는 되지 않는 것에 집착하지 않기

by 도영

시간, 돈… 한정되어 있지만 내가 무작정 낭비하게 되는 것이다. 사실 시간은 둘째치고 돈을 가장 크게 낭비해 왔다. 나는 PC 게임과 인형 뽑기에 빠져있던 때가 있었는데,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내가 가진 전재산의 80%까지 끌어 썼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그게 낭비임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당장의 쾌락과 즐거움에 눈이 멀어 있었던 것 같다. 인형이 뽑히지 않으면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하는데, 뽑힐 때까지 돈을 넣고 계속 넣었다. 내가 밥을 사 먹을 돈까지 그곳에 돈을 넣었다. 지금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한 달에 큰돈을 버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렇게 생활할 수 있는 돈이 줄어만 갔다. 신용카드까지 쓰다 보니 빚이 생겨났고, 나는 여전히 돈이 들어오는 대로 빠져나가는 격이 되었다. 보험비, 핸드폰 요금은 물론 카드 빚에 적금까지. 내가 버는 돈으로는 늘 마이너스. 모아둔 주식과 돈도 벌써 떨어져 가게 되었고, 가족들에게 돈을 빌리게 되었다. 그렇게 되면서도 바로 정신을 차린 것은 아니다. 인형 뽑기에 집착하는 나를 애인이 뜯어말리기도 하고, 엄마가 핀잔을 주기도 했다. 그럼에도 나는 즐겁다고 느끼는 인형 뽑기와 게임에 투자하는 것을 멈추지 못했다. 점차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생필품을 살 돈도, 내 작은 고양이의 사료를 사는 돈도 부족할 때가 생기기 시작했다. 갚아도 갚아도 나아지지 않는 상황이 몇 달 지속되었고, 진짜 갖고 싶었던 것을 사지 못한 채 보내주면서 우울해졌다.

돈으로 행복은 살 수 없지만, 행복을 가져다줄 순 있었는데. 나는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내가 뽑아온 인형들이 정말 가지고 싶었던 것들인가? 내가 사놓은 게임 아이템이 정말 내가 원해서 뽑아낸 것인가? 정작 내가 무언가를 필요할 때 아무것도 사지 못한 채 우울해하는 것이 정말 옳은가? 그렇다고 내가 지금까지 낭비를 하고 살았다는 것인가? 인정하면 더 우울해질 것 같아서 회피하기 바빴다. 달라지는 건 없었고, 집 안에 쓸데없이 나뒹구는 인형들만 발에 밟힐 뿐이었다. 너무 귀엽고 예쁜 인형들이지만, 이렇게 방에 굴려놓을 거라면 왜 뽑았던 걸까? 순간의 쾌락 때문에? 정말 그게 전부였다고? 회피하면서도 올라오는 생각을 멈출 순 없었다. 배수의 진이나 다름없다. 나는 결국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다. 내가 가지고 싶은 것을 살 수 있었다면 인형을 뽑았을 때보다 더 즐거웠을 거고, 그걸 사용하면서 더 오래 행복했을 텐데. 나는 그곳에 시간과 돈을 낭비해 왔다.

인정하게 되자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게 되었다. 반복되듯이 늘어나는 빚이 더 커지기 전에 줄이고 낭비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하는 말을 조금씩 더 신경 쓰게 되었다. 나는 절제가 안 되는 사람이었으니 이제 게임에 돈을 쓰거나, 낭비를 하게 될 것 같단 생각이 들면 꼬박 애인이나 가족에게 물어보게 되었다. 그럼 이런 말이 돌아오기도 한다.

“어디에 쓸 건데?”

어? 그러게…. 사봤자 방에 굴러다닐 녀석이었네? 그럼 왜 사고 싶었던 거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면 대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 다시 또 생각한다. 아, 나는 낭비를 하려고 했구나. 낭비임을 인정하게 되자, 멈추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아, 더 하면 안 되겠구나. 아, 이건 안 사도 되겠다. 조금씩 낭비를 줄여나가고 있다. 내가 잘못된 것임을, 내가 낭비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살자. 죽기 위해 실수도 인정할 줄 알아야 나아갈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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