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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쫑쫑 Aug 17. 2020

퇴근은 오지로

-프롤로그

A. 27년, 여행국가 : 일본

B. 7년, 여행국가 : 케냐, 나미비아, 짐바브웨, 보츠와나, 마다가스카르, 부탄, 미얀마, 스리랑카, 인도, 페루,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칠레, 브라질 등


27년 동안 여행에 흥미가 없었고, 가본 나라는 일본밖에 없었던 A라는 사람은 취업 후 갑자기 돌변하여 B라는 사람이 된다. 그리고는 7년 동안 여러 나라를 여행하게 된다. 그에게 무슨 특이한 계기가 있었을까? 취업을 했으니 돈을 벌어서 여행을 갔겠지 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돈을 벌면 여행 말고도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하다. 굳이 남들이 안 가는 케냐, 부탄, 마다가스카르 등을 여행한 것은 무슨 특별한 계기가 있지 않았을까?


뭐, 다들 알겠지만 이것은 내 이야기이다. 대학 이후에 만난 사람들은 내가 오지 여행을 좋아하는 여행광이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사실 그리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20대의 대부분은 미드와 게임, 그리고 영화를 보는 전형적인 이불 밖을 나오지 않던 집돌이었다. 그런데 몇 년 사이에 어쩌다 보니 수많은 나라를 단기간에 여행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뭐, 다들 알겠지만 이것은 그 어쩌다에 대한 내용이다. 여행을 모르던 어떤 계기로 저런 나라들만 단기간에 쏙쏙 다녀와 오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적은 좌충우돌 모험담이다. 어떤 부분은 여행보다도 회사와 연애 등의 일상 이야기도 많을 것이다. 어떤 부분은 세상에 대한 개똥철학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이 글은 여행을 빙자한 일상 뒷담화를 솔솔 털어놓는 대나무 숲이 될 것 같다. 물론 여행지에 대한 순수한 감상도 있다.


"이번엔 어디가?" "또 오지야?" " 왜 그런 곳만 골라가?"


해가 바뀌는 여름이 올 때마다 주위 사람들이 이번 여행지는 어디냐며 물어봤다. 혹자는 왜 그런 곳만 가는지 누구는 오지의 매력이 뭔지 물어보기도 했다. 또 다른 누군가는 내 여행지에 선진국 시민의 시혜적 양심이라고 분석했다. 대답은 항상 애매모호했다. 광활한 자연에 대한 찬을 펼친 적도 있었고, 회사의 거지 같음을 승화하러 간다고 이야기한 적도, 그냥 매번 가니까 간다고 이야기한 적도 있었다. 어쩌면, 이번 글은 내 여행의 솔직한 근원에 대해 탐구하는 모험담이 될 것이다.   


양말 덕후인 구달 작가는 [아무튼, 양말]에서 이렇게 적었다. “아닌 게 아니라 나의 일상과 양말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매일 양말을 하루를 열고, 양말을 벗어 빨래 바구니에 던져 넣으며 하루를 닫는다.” 나에게 여행은 발에 밀착된 양말 정도는 아니어도 일상과 많이 연관되어 있다. 눈앞의 오부장이 서류를 던지며 소리를 지를 때 마음속으로 릴랙스를 외치며 드넓은 케냐의 사파리를 생각했고, 악몽 같은 아홉 수의 한해 속에서 행복의 나라 부탄을 떠올렸다. 갑자기 발령난 지점장 시절, 노래방에서 김부장과 광란의 노래를 부른 후 모텔에서 의도치 않은 혼숙을 할 때 ‘이보다 더 심한 곳이 있을쏘냐.’ 하며 인도행 티켓을 끊었다. 마다가스카르에서는 사진과 인스타 그리고 쓰레기에 대해 생각하기도 했다. 고작 1~2주의 여행으로 뭐 그리 호들갑이냐고?


여행의 끝은 항상 헛헛했다. 얼마 전, 마다가스카르 여행을 끝내고 귀국하는 비행기에서도 이 헛헛함을 참지 못했다. 헛헛함의 끝은…? 스카이스캐너와 네이버 검색질이었다. 다음 여행지를 어디로 해야 할까? 여행 후 한 달 동안 새로운 여행지를 찾아다녔다. 사랑은 가면 다른 사랑이 오고, 또라이가 가면 새로운 떠라이가 오듯, 여행의 끝에는 또 다른 여행의 시작이 기다리고 있다. 누군가의 찰나의 기억은 다른 누군가에게는 긴 울림이 있는 순간이다. 직장인에게 일상을 빼놓고 여행만 이야기한다는 건 불가능이다.


이제 이 글에 대해 좀 알겠지? 이 글은 확실하게 여행을 빙자한 인생의 어느 부분을 탈탈 털어 넣는 글이다. 여행이 뭔지도 몰랐던 사람이 자신의 취향을 찾아가는 이야기, 더 나아가 짠한 회사생활, 이직 후 이야기까지.. 종합 인생 세트다. 스토리 있게 다섯 나라의 이야기만을 넣었다. 일주일에 두 번씩 올릴 예정이다. 짠한 지질함과 병맛은 충분히 보장한다. 피식거림은 덤이다. 인생 얘기 반, 여행 얘기 반 정도 될 것 같다. 여행지에 대한 상세한 루트나 숙소 정보에 대한 정보는 부족할지 모른다. 행여나 그런 정보를 얻고 싶다면  아직 프롤로그에 불과하니 다른 책을 보는 게 좋다. 서점에는 수많은 여행 정보를 담은 책들이 많으니까. 그럼 한번 이야기를 시작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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