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답답한 상황을 비교적 잘 견디는 편이다.
결정이 미뤄지고, 아무 것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것처럼 보일 때에도 마음을 먼저 부수지 않는다.
물론 편한 건 아니다.
답답함은 늘 사람을 흔든다.
“왜 이렇게 오래 걸리지?”
“지금이라도 무언가를 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들이 가만히 있지 못하게 만든다.
그런데 나는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답답함을 견디지 못해 꺼낸 빠른 선택들이 대개는 더 큰 혼란을 남겼다는 것을.
결정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다.
살다 보면 아무 것도 정해지지 않은 시간이 찾아온다.
그 시간은 조용하지만, 사람을 가장 많이 흔드는 시간이다.
방향은 보이지 않고,
사람들의 말은 제각각이고,
어느 쪽으로 가도 틀릴 것 같을 때.
이때 많은 사람들은 ‘일단 뭐라도 하자’는 쪽을 택한다.
하지만 나는 점점 결정하지 않는 시간을 버티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모든 상황이 즉시 해결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
어떤 문제는 조금 더 오래 바라봐야 비로소 윤곽이 드러난다.
버티는 동안에도 무언가는 쌓인다
겉으로 보기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시간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안에서는 많은 것들이 정리된다.
내가 무엇을 지키고 싶은지,
무엇까지는 양보할 수 없는지.
이 답답함이 과연 외부 때문인지, 아니면 내 안의 조급함 때문인지!
이 질문들은 바쁘게 움직일 때는 잘 떠오르지 않는다.
답답함은 사람을 괴롭히는 동시에 사유를 깊게 만든다.
강한 선택이 항상 좋은 선택은 아니다
살면서 깨달은 사실 하나가 있다.
가장 강한 선택이 항상 가장 현명한 선택은 아니라는 것.
때로는,
멈추는 것이,
미루는 것이,
기다리는 것이,
결국 더 많은 것을 지켜준다.
버티는 사람은 당장은 뒤처진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버티는 사람은 한 번에 무너지지 않는다.
나는 앞으로도 답답함을 견디는 쪽을 선택할 것이다.
나는 아마도 앞으로도 답답한 시간을 쉽게 깨지 않을 것이다.
불편함 속에서 무언가를 억지로 결정하기보다, 조금 더 보고, 조금 더 생각하고, 조금 더 나를 잃지 않는 쪽을 택할 것이다.
세상은 늘 빠른 답을 요구하지만, 삶의 중요한 결정들은 대개 느린 질문에서 나온다.
답답함을 견디는 사람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무너질 선택을 하지 않는 사람이다.
오늘도 나는 그 시간을 조용히 통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