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중반, 그 한가운데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어요.
방황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길을 잃고 헤매는 순간은 예상치 못한 때에 불쑥 찾아와 마음을 흔든다. 나는 그 순간이 20대 중반인 현재, 스물 다섯이라는 나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나는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 걸까?’라는 질문이 끊임없이 머릿속을 맴돌았고 주변의 누구도 정답을 알려주지 않는다. 남들은 다 잘 살아가는 것 같은데 나만 제자리걸음인 것 같고 시간이 갈수록 초조함은 더 커진다. 하고싶은 것들은 많으나 모두 추상적이기만 할 뿐더러 계획도 실행도 내 마음대로 되는 것들이 하나도 없다.
끈기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현명하다고 받아들이기.
17살부터 현재까지 아르바이트만 10군데 이상은 해봤고, 정규직으로 취업만 4번이나 경험해 보았다. 각기 다른 분야라서 내가 잘하는 일과 못하는 일, 좋아하는 일과 싫어하는 일을 구별할 수 있었다.
대표적인 예시로, 단순히 카페와 커피가 좋다는 이유로 바리스타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육체적 노동을 하면서 최저 시급을 받는 일에 대한 애정은 생각보다 오래 유지되지 않았다. 약 한 달 동안의 근무 끝에 카페 일을 마무리했다. 그 뒤 글쓰기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마케팅대행사에 입사하게 되었으나, 업무량 과다 및 상사 및 팀 내부 사람들과의 지속적인 갈등으로 우울증을 겪다가 3개월만에 퇴사했다.
내가 좋아하고 잘할 것 같다고 생각하는 일에 빠르게 도전하고, 아닌 것 같다 싶을 때 나의 상태를 되돌아보며 그만두는 것은 절대 끈기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취업 이전에는 잘 맞아보였던 일들도 직접 시도해보면 달라지기 마련이다. 나의 한계와 적성을 명쾌하게 아는 것 또한 능력이다. 무모하게 버티지 말고, 부족한 것들을 보완하기 위해 혹은 앞으로 더 잘 나아가기 위해 잠시 멈추는 단계도 필요하다.이상해서가 아니다. 모자라서도 아니다. 현명한 판단을 스스로 내리는 것에 의미를 두고 나 자신을 칭찬해주자.
불안, 피할 수 없다면 친해지자.
불안은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차라리 익숙해지는 건 어떨까? 불안은 나를 시험하는 장애물이 아니라, 나를 더 깊이 이해하게 해주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불안할 때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지금 무엇이 두려운 걸까?’ 보통의 사람들은 불안함을 느끼면 회피하기 바쁘다. 하지만 우리는 불안을 마주한 후, 직면하여 극복해볼 수 있다. 이를 통해 두 눈을 감고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 답을 찾는 순간, 불안은 막연한 어둠에서 조금씩 형태를 가진 존재로 바뀌기 시작할 것이다.
방황 속에서도 인정을 통해 나아가다보면
길을 잃어도 계속 걸어가야 한다. 완벽한 방향을 알지 못해도, 아주 작은 한 걸음이라도 내딛는 것이 중요하다. 때로는 멈춰서 숨을 고르고, 때로는 다시 길을 찾기 위해 돌아가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앞으로 나아간다면, 언젠가 방황의 끝에서 지금의 내가 이해되지 않을까.
방황도 나의 일부라는 것을 받아들이자.
우리는 종종 ‘방황은 끝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쩌면 방황은 삶의 일부이고, 불안은 성장의 신호일지도 모른다. 오늘도 흔들리고 있다면, 그것은 멈춰 있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고 있다는 증거다. 방황하는 나 자신을 비난하지 말고, 오히려 그 과정 속에서 나를 더 사랑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