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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첫째 주 요가수련일지

by eunsu



이번주의 플로우는 나에게

그 어느 때보다 깊은 울림을 주었다.

발날이나 한 발로 서는 힘이

누구보다 약했던 두 달 전의 나를

떠오르게 하는 시퀀스들.

그땐 균형이 잡히지 않았고

중심을 잃으면 바로 마음도 흔들렸었는데,

이젠 조금 다르다. 내가 흔들려도 정신을 붙잡곤 한다.


흐름 속에서 내가 한 일은

단 하나, 오직 집중이었다.

어느 순간에는 숨이 끊길 듯하고,

어느 순간에는 생각도 멈췄다.

그저 내 몸과 바닥 사이에 흐르는 에너지를 따라가는 일.

그게 마인드풀 빈야사의 모든 것이었다.


* 해당 글은 사적인 사진들과

일상적인 일지들이 포함된 내용입니다.*



2025.06.04.Wed

mindful vinyasa



수요일엔

‘살람바 시르사아사나’를 넘어서

턱 끝과 목의 힘을 챙기며 바닥을 보는

그 찰나가 존재할 수 있었다.

“직전”을 경험한 것만으로도

너무나 충족스러웠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기쁜 일이 펼쳐진 느낌이랄까..

시도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벅찬 오늘,

사랑하는 타라쌤의 말 한마디가

내게 와서 용기가 되었고, 가능성이 되었다.


아직 열리지 않은 문 앞에 서 있지만

그 문 앞에 있는, 기다릴줄 아는 내가 점점 더 좋아진다.

그리고 나는 또 다음의 매트를 기다리게 된다.

이유 없이, 설명 없이, 그냥 살아 있음으로.




2025.06.08.SUN.

mindful vinyasa


일요일 아침,

나는 내 몸의 한계가 생각보다

멀리 있다는 걸 또 한 번 알게 되었다.

이건 단순히 동작이

깊어졌다는 이야기만이 아니다.

집중, 에너지, 그리고 그 안에서 피어오른

나만의 불꽃에 대한 이야기다.




1. 깊어진 와일드띵


그 전엔 감히 바닥이 보이지 않았던 아사나.

오늘은 고개를 뒤로 던지고

바닥을 짚으며 더 깊은 곡선을 만들어냈다.

등과 가슴이 열리며 자유가 밀려들었다.

지탱하는 팔이 매번 부르르 떨리곤 했었는데

"이렇게 가벼운 동작이었구나." 싶었다.

다음엔 두려움을 날려보내고

양손 바닥을 짚고 싶다.




2. 바시슈타아사나 무드라 (변형)

발날로 몸이 들어올려지는 것도

큰 발전인데, 무릎과 팔을 들어올린 후 무드라라니..

발날로 버티는 그 짧은 찰나,

몸은 한쪽 발과 함께 공중으로 들어 올려졌다.

골반이 열리고 안정이라는 느낌이 느껴지는 순간.

무게중심이 내 안에 있다는 걸 온몸으로 배운 시간이었다.


3. 에어플라잉

눈에서 불이 난다.

원래는 0.1초도 버티지 못하던 동작.

그런데 오늘은 힘이 조금 붙었는지

집중이 폭발처럼 일어났다.

에어플라잉 위에서 나는

그야말로 “살아있는 에너지 덩어리”였다.

눈에서 불이 나는 게 이런 기분이구나, 싶었다.


4. 바카아사나

가슴을 향해 발을 당기며 0.3초 정도

발이 떨어졌다. 전보다 오래 떨어졌다.


더 안으로, 더 깊게

가슴 쪽으로 발을 당기며

중심과 균형을 잡을 수 있기를 기약하며..

그러나.. 짧은 순간의 떨림마저

나 자신이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5. 에카파다 라자카포타 변형

어깨회전 캐칭! 발가락을 놓치지 않기

순간의 흐름 속에서 놓칠 듯, 잡을 듯

손끝과 발끝이 이어지는 긴장감.

그 속에서도 나는 조금씩

더 깊이, 더 정확히

자세 속을 통과하고 있었다.


후굴이 좀 더 수월해지면

쉬울 것 같은데.. 개인 수련으로 노력해봐야겠다.

허벅지가 바닥 가까이 닿을수록 많이 열린다고 한다.

이제 정말 곧 수월한 후굴의 문이 열릴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아직 아니었지만

가까워지고 있다는 감각은 확실하다.




06/07은 타라선생님의 생일이었다.


타라 선생님, 태어나주셔서 감사합니다.

세상의 많은 요가 선생님들 중, 이 시간, 이 자리에서

타라 선생님과 숨 쉬고 있기에 하루하루 행복한 요즘이다.


호주로 뿅 가서 수박 먹고 싶어요. 그 말도 진심이에요..


그리고… 미래를 기약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얼마나 벅찬 선물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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