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로 가는 동행

by 히다이드

두 명의 여자 승무원들이 열차 출입구에서 승객들의 표를 검사하고 있었다. 내가 러시아어로 “한국인”이라고 말하자 둘 중 한 명이 피식하며 웃었다. 표 검사를 하면서도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 모른다. 승무원들이 러시아어로만 얘기해서 대충 감으로 짐작해야 했는데, 내가 잘 못 알아들으니까 답답해하는 기색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무슨 문제라도 생겨서 열차에 못 타면 어떻게 하나 하고 걱정했는데 다행히 아무 일 없이 표 검사가 끝났다.


숙소에서부터 밀고 오던 짐을 열차에 싣던 순간의 희열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이제 나만 빼놓고 열차가 출발할 일도 없었고, 열차 안에서 6 일만 보내면 지구 정반대 편에 도착할 수 있었다. 러시아어로 내 이름을 소개하는 문장을 되뇌며 객실 안으로 들어섰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는 2 인실, 4 인실, 6 인실의 세 종류 객실이 있었는데, 내가 예약한 것은 6 인실 객실이었다. 복도와 객실 사이에 따로 칸막이가 없이 열차 칸 전체가 개방된 구조였고, 좁다란 통로를 지나다 보면 맞은편에서 오는 다른 러시아인들과 마주칠 수밖에 없는 곳이었다.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될까 하는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내 자리를 찾아갔는데, 내 자리 맞은편에 한 한국인 남자가 앉아서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이번에도 한국인이라는 게 그냥 느껴졌다. 눈이 마주치자 서로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나눴는데 둘 다 내켜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확인하는 의미에서 혹시 한국인이냐고 물어봤는데 역시나 한국인이었다. 대학생이었고 스페인으로 가기 위해 모스크바로 가는 중이었다. 둘이 통성명을 하고 간단한 얘기를 나누는 동안 열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4 명이 앉을 수 있는 자리에 나와 한국인 동행만 앉아 있었다.


창밖으로 블라디보스토크 역이 멀어지는 걸 지켜봤다. 플랫폼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철로 옆의 담벼락들이 스치듯 지나가더니 바다가 보이기 시작했다. 블라디보스토크 역 입구에서 계단 5 개를 오르느라 낑낑댈 때만 해도 햇빛이 비치고 있었는데 어느새 날씨가 흐려져서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해가 져서 그런지 유난히 어두워 보이는 바다를 바라보다 열차 안의 러시아 사람들이 컵라면을 들고 돌아다니기에 나와 한국인 동행도 저녁을 먹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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