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있는 6 인실의 경우 위층 침대와 아래층 침대가 있었고, 낮에는 위층 침대의 사람들이 아래층 침대에 같이 앉아서 가게 돼 있었다. 저녁을 먹고 나니 다들 침대에 눕는 분위기여서 우리도 이불을 깔고 자리에 누웠다. 침대가 누워서 자기에 약간 작을 거라고 예상했었는데 차려 자세로 누우니 그럭저럭 누울 만했다. 다만 길이가 약간 짧아서 머리를 최대한 벽 쪽으로 붙였는데도 발가락이 침대 밖 복도로 삐져나왔다. 지나가는 사람들과 자꾸 스치는 게 미안해서 이불로 발을 감쌌다.
눕긴 했지만 잠이 오지는 않았다. 덜컹거리는 열차의 침대에 누워서 러시아어 회화 책을 펼쳐놓고, 책을 보다 누가 지나가면 어떤 사람인지 쳐다보고 가끔 아무것도 안 보이는 창밖도 내다보며 열차 안의 분위기에 빠져 있었다. 멈추지 않고 계속 달리기만 할 줄 알았던 열차는 의외로 자주 멈춰 섰다. 열차가 정차할 때마다 차장이 분주히 돌아다녔고 내리는 사람들과 새로 타는 사람들 때문에 열차 안은 잠시 동안 어수선해졌다.
몇 번 정차를 한 후에 마침내 우리의 동행이 등장했다. 한 중국인 부부였다. 우리 자리의 짐칸에 가방을 밀어 넣는 걸 보고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앉을자리를 만들어 줬다. 옷이 제법 젖어 있는 걸 보면 비가 많이 내리고 있는 것 같았다. 더플 백을 메고 온 남자는 키가 크고 덩치도 좋은 근육질의 남자였다. 말이 별로 없고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남자다워서 듬직하고 멋있었다. 여자는 따뜻하고 차분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는데 두 사람이 참 잘 어울렸다. 여자가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얘기하면 남자가 굵은 목소리로 짧게 대답하는 식이었다.
여자가 우리에게도 웃으면서 말을 걸었는데 우리가 중국어를 모르니까 더 이상 묻지는 않고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남자는 우리의 국적이 궁금했는지 “한궈?”하고 물어봤는데 “한궈.”라고 대답해 준 게 우리가 나눈 대화의 전부였다. 출출했는지 더플 백에서 소시지 같은 간식을 꺼내어 먹고 부부는 위층의 자기들 침대로 올라갔다. 우리도 다시 자리에 누워서 이번에는 정말로 잠을 청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