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판과 자작나무 숲

by 히다이드

시베리아 벌판은 아름답고 드넓었다. 풍경이 너무 멋졌지만, 일단 멋진 풍경이 한 번 등장하면 몇 시간 동안 계속 같은 풍경을 봐야 했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자작나무 숲을 보면서 감탄하다가 몇 시간 동안 계속 자작나무 숲만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이미 이 열차를 수없이 타 봤을 주변의 러시아 사람들은 창밖의 풍경에 무관심했다. 계속 침대에 누워서 자는 사람들도 있었고 옆의 사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거나 책 같은 것을 보면서 창밖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다.


나는 사정이 좀 달랐다. 그때가 아니면 언제 또 시베리아 벌판을 볼 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지루하긴 해도 창 밖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별 것도 아닌 벌판을 사진으로 찍고 영상으로 남기는 내가 주변 사람들에게는 이상하게 보였을 거다. 위층 침대의 세르게이와 지마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 평범하기 그지없는 풍경이야말로 내가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던 것이었다. 텔레비전에서 잠깐 보여주고 지나가는 것들을 지루해질 때까지 온몸으로 느껴보는 게 내가 정말로 원하던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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