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차

by 히다이드

시베리아에는 벌판 말고는 아무것도 없을 줄 알았는데 열차를 타고 가면서 꽤 많은 도시와 마을들을 볼 수 있었다. 그중 어떤 곳에서는 잠시 정차를 하기도 했는데 정차 시간은 역마다 달랐다. 승객만 태우고 바로 출발하는 곳도 있었고, 어떤 역에서는 사람들이 열차밖에 나와서 바람도 쐬고 매점에서 간식도 사게 넉넉히 시간을 주기도 했다.


역이 가까워지면 차장이 바빠졌다. 내릴 사람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이번에 내려야 한다고 알려주고 사람들이 열차에 타면서 냈던 표를 돌려줬다.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입구에 가서 기다리고 있다가 열차가 멈추면 계단을 덮고 있던 발판을 치워서 승객들이 내릴 수 있게 하는 것도 차장의 일이었다.


열차가 멈출 때마다 웬만하면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시베리아와 잠시나마 직접 대면하며 그곳의 공기를 마셔보고 싶었다. 역사 안에 있는 매점을 찾아가거나 플랫폼에서 음식을 파는 아주머니들한테 음식을 사서 들어오기도 했다. 아주머니들이 파는 음식은 생선구이나 훈제한 닭다리, 각종 피클과 소시지, 삶은 계란, 속에 다진 고기와 야채가 들어있는 기름에 튀긴 빵까지 다양했다. 러시아 사람들이 평소에 먹는 음식이라고 생각하니까 호기심이 생겨서 몇 번 사 먹어 봤는데 그럭저럭 먹을 만했다.


하루에 두 번 정도는 30 분 이상 길게 정차할 때도 있었는데 그럴 때는 아예 역사 밖으로 나가서 역 주변을 구경하거나 근처에 있는 슈퍼마켓에서 장을 봐왔다. 슈퍼마켓에서 사는 게 역 안에서 사는 것보다 훨씬 쌌다. 열차 밖으로 나오는 건 언제나 날 불안하게 만들었다. 혹시 열차가 날 버리고 떠날까 봐 계속 열차를 돌아보며 빠른 걸음으로 돌아다녔고 카메라와 돈이 든 크로스백을 항상 가지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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