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사람들이 한국의 ‘팔도’사에서 만드는 ‘도시락’ 컵라면을 좋아했다. 키릴 문자로 된 러시아어 이름도 ‘도시락’이었는데 열차 안에서 식사하는 사람들 중에 따로 플라스틱 용기와 라면을 준비하지 않은 사람들의 테이블 위에는 대부분 '도시락'이 놓여있었다.
그런데 이거 말고도 사람들이 자주 먹는 인스턴트식품이 하나 더 있었는데 나는 그게 뭔지 도대체 알 수가 없었다. 러시아어로 ‘롤똔’이라고 써진 용기에 무슨 가루가 담겨 있었고, 뜨거운 물을 부은 다음에 저어서 먹었는데 러시아어로 물어볼 실력은 안 되고 돈 주고 사 먹고 싶은 마음도 없어서 사람들이 먹는 모습을 구경하기만 했다. 특히 러시아인 동행 지마가 이걸 즐겨 먹었는데, 먹을 때마다 입김을 “후”하고 불어 가며 맛있게 먹어서 그 친구가 먹는 걸 볼 때마다 나도 괜히 먹고 싶어졌다.
한국인 동행과 얘기하며 저게 뭘까 서로 추측만 했었는데, 대학생인 한국인 동행이 패기 있게 하나를 사서 먹어보는 덕에 그 인스턴트식품의 정체를 알게 됐다. 안에 들어있던 가루는 감자 가루였다. 여기에 뜨거운 물을 붓고 저어주면 으깬 감자가 되는데 빵과 같이 먹기에 딱 좋았다. 적당히 짭짤하고 식감이나 향도 거북하지 않았다. 그 뒤부터 하루에 한 번은 꼭 롤똔을 먹었다. 아침에 빵으로만 한 번, 점심에 빵과 롤똔으로 한 번, 저녁에 빵과 컵라면으로 한 번, 이렇게 세 끼를 먹으면 하루가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