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 안에서 해가 지는 걸 보는 건 굉장히 특별한 순간이었다. 하루 종일 달렸는데도 더 가야 한다는 것, 하룻밤을 자고 나도 계속 달려야 하고 심지어 며칠 밤을 열차 안에서 더 자야 한다는 게 너무 좋았다. 그 끝이 안 보이는 길을 달리면 달릴수록 나에게 익숙했던 세계가 멀어지고 있었다.
때로는 벌판을 달리며, 때로는 산 옆을 지나며 석양을 맞이했는데 창밖으로 사람을 찾아볼 수 없는 심지어 사람이 와 본 적도 없어 보이는 풍경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그 야생의 적막한 공간을 유리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스쳐 지나가는 것이 그저 신기할 뿐이었다.
나와 한국인 동행은 보통 석양을 보며 저녁을 먹었다. 사과나 파프리카 두어 개를 꺼내 화장실에서 씻어오고, 컵라면이나 롤똔을 하나 준비한 후에 역 매점에서 산 빵과 치즈로 식사를 했다. 매 끼니가 비슷한 식단이었지만 창밖으로 펼쳐지는 시베리아 벌판의 석양을 바라보며 먹는 저녁은 그 어느 최고급 호텔의 저녁 식사와 비교해도 부럽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