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위로 열차 밖의 한기가 느껴졌다. 허허벌판에 놓인 철로를 달리는 바퀴의 진동과 덜커덩 거리는 소리가 창 밖에서 전해졌고, 가끔씩 마주오는 열차가 지나가는 소리도 들렸다. 밖의 모습을 보려고 일어나서 창문에 낀 성에를 닦아 보기도 했지만 불빛 하나 없는 밖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다시 자리에 누워 잠을 청했고 덜커덩 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겨우 잠이 들었다.
깊이 잘 수는 없었다. 바퀴 소리 때문에 다시 잠에서 깼는데 창밖이 아주 조금 밝아져 있었다. 어떤 이들은 벌써 일어나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 시베리아 벌판의 일출이 보고 싶어졌다. 침대에서 내려와 창가 쪽 빈자리로 갔다. 뿌연 창문에서 손가락 서너 개 정도 너비만큼 성에를 닦아내고 열차 밖을 내다봤는데, 아직 어둑어둑한 창밖으로 전신주가 지나가고 멀리 지평선과 맞닿아 있는 하늘은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잠시 후 지평선에서 주황색 점 하나가 모습을 드러내자 하늘이 옅은 푸른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점점 환해지는 모습을 지켜보다 다시 침대로 돌아왔다.